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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23

이민 (15) -- 친구


BY ps 2002-07-19



L.A. 근교에 약 2만명의 한국이민자들이 살고 있어서
길거리에서 한국사람인 듯한 동양인만 만나면
"혹시, 한국에서 오셨느냐?"고 물으며 반가워하던 때라
학교에서 만난 한국학생들은 대부분 금방 가까워졌다.

대한민국 출신이라는 공통점 외에
생활환경이 비슷비슷하여 쉽게 어울리곤 했다.
부족한 영어 때문에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공부를 했고...
저녁 늦게, 혹은 주말에는 학비, 용돈등을 버느라 바쁘고...

대부분 이렇게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낭만적인 대학생활은 조금 멀어보였고,
미국학생과 친해지기 위해 필요한 과외활동등도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아니, 사치스러웠다.
덕분에, 영어회화 솜씨는 '굼벵이 걸음'식으로 잘 안 늘고,
(T.V. 보고 강의 듣느라 귀는 제법 뚫렸지만)
조금씩 남는 시간은 그저 '편한' 한국학생들과 같이 보내곤 했다.
(이때의 후유증(?)으로 20 - 30년 이상 이곳에 산 사람중에
영어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꽤 됨)

한가지 특이했던 것은,
공통점이 많았던 젊은 남녀들이 몇년을 같이 공부하면서도,
연인사이로 발전하는 경우가 무척 희귀했다는 사실이었다.

남녀 사이에 있기마련인,
"나는 좋은데, 제가 싫다는군!"이라는 경우도 있었지만,
제일 큰 이유는 자존심 자만감이 섞인 일종의 '기' 싸움이었다.

남자들에게는
여학생들이 너무 '미국 물'을 먹어 남존여비 사상 속에서 자란
자기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었고,
여자들에게는
미국에 와서까지 고리타분한 한국적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남학생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웠던 것은
서로서로를 미국학생과 비교를 하곤했던 일이었다.

'금발'에 '쭉쭉 빵빵'한 미국 여학생에 비해
빈약한(?) 몸매의 한국 여학생...

거꾸로 보면, 건장하고 친절한 미국 남학생에 비해
왜소하고 고집만 많은 한국 남학생...

비극!!! 이라고 표현하면 좀 과장일까?

어쨌든, 그래서 한동안은 배우자를 한국에서 '수입' 해오는 것이
유행했었다.

덕분에 가족이민자 수가 상당히 늘었고,
동포사회가 양적으로 팽창하는데 일조를 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가끔 그때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 어린애처럼 '쓸데없는 비교'를 하던 생각에 웃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