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목욕
아내는 6년 째 지병을 앓고 있다. 전신의 거동이 불편해지는 몹쓸 병을 얻은 그의 병세는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이제 혼자서는 목욕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토요일은 아내의 목욕하는 날. 스스로 할 수 없는 그의 목욕은 나의 몫이 되어 있다. 결혼 생활 20년 동안 내가 아내의 목욕을 도운 기억은 거의 없다. 온수로 가득한 욕조에, 나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들어가 가만히 눕는 그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채 예전처럼 한 참 동안 있고 싶어한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그는 오래되지 않아 나올 수밖에 없다.
잠시 서 있기도 힘겨운 아내를 의자에 조심스레 앉힌 뒤 나는 머리부터 감겨준다. 이어서 온 몸에 비누칠을 하고 물로 씻겨주며 때를 민다.
그런데 오늘은 그의 등을 밀어주다 말고, 문득 건강한 아내의 손으로 나의 등을 밀어주던 일을 회상했다. 그의 발병 이전 ,내가 목욕할 때에 아내를 부르곤 했다. 등을 밀어 달라는 부탁을 위해서였다. 그러면 그녀는 나의 손이 닿지 않는 등을 건강한 손으로 시원하게 밀어주었었다.
아내의 몸을 씻겨주던 나는 그녀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하얗게 야윈 그의 손을 한동안 응시하기만 했다.
"여보, 뭐해요..."
가느다란 목소리만 들릴 뿐 아내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