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 입시철이 다가오면 난 한차례씩 가슴앓이를 앓곤한다.
어렸을적 내꿈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병원부대에 근무하시던 아버지는 휴일날 당직이라도 서게 되면 나를 자주 부대에 데려가시곤 했었다.
다른곳에 가지말고 여기서 조용히 놀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셔도
아버지가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난 그때마다 소독약 냄새에 이끌려 병원 이곳저곳을 살며시 돌아다니곤 했었다.
진료실이며 입원실을 살그머니 들여다보며 난 나도모르게
' 이다음 커서 꼭 간호사가 되어야지 '하며 꿈을 키워 나갔었다.
고3이 되어서 당연히 간호대학에 진학하려 했을때 의외로
부모님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그때만 해도 간호사에 대한 사회인식이 좋지 않았고
특히, 아버지가 간호사는 보통힘든일이 아니라시며 결사 반대를 하시는것이었다.
지금처럼 독립하여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학비를 마련할수 있는 사회여건도 아니었고,
또 온실속의 화초마냥
너무 세상을 모르고 살았기 때문에 부모님도움 아니면
대학은 꿈도 못 꿀 어리석은 아이였었다.
눈물로 여러날 호소를 했지만 오히려 부모님이 나를 강하게 설득 하셨다.
또, 나도 그렇게 오랜기간 갈망했던 일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땐 어쩐일인지 쉽게 포기를 해버렸었다.
그리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부모님이 권하는 엉뚱한 길로 들어가 매년 ' 이게 아니데, 이게 아닌데......'
하는 회의속에 찬바람만 불면 다시 간호공부를 하고싶어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현실은 학교를 졸업하고 몇년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나를 곧 결혼의 길로 안내했고
한해,두해 내꿈은 어느사이 기억도 희미한 옛일이 되버리고 말았다.
가끔씩 아이들 때문에 들른 병원에서 마주치는 하얀까운의 그녀들을 볼때마다
가슴 한 구석 진한 그리움이 묻어나오며
'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될텐데... ' 하는 아쉬움이 자꾸 고개를 삐죽이 내밀지만
현실은 또 나를 그냥 주저앉게 만든다.
첫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이
이미 지나온 삶의 무게가 새로운 일을 다시 시작하기에는 참으로 버겁기 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