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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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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할멈의 외출


BY zinnia 2002-07-16

나는 편한 청바지에 면티 입기를 즐겨한다.
굽높은 신발은 언제 신어 봤는지 기억조차 없다.
조금만 오래 걸으면 잠깐씩 안아줘야 하는 애를 데리고 다니려면 높은 신발이며, 돈푼께나 하는 옷은 어림도 없다.

가끔씩 시내라도 나가면 다들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샌들에 바다내음 물씬 풍기는 시원한 원피스를 입고 날아 다닌다.
네살배기 아들이 핫도그를 먹고 케?묻은 입을 문질러댄 티셔츠에 청바지차림인 여자는 눈을 씻고 봐도 나 하나 뿐이다.

어느날 이런 내게 아들과 며칠 떨어져 있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기회가 흔히 있으랴 싶어 남편과 영화한편...

내 결혼생활 6년이 넘어, 밖에서 이쁘고 상냥한 여자들만 보는 남편과 육아에 지쳐 이미 마귀할멈이 되어버린 내가 평생을 살아야 하는 터에 이쯤에서 나도 정신을 차리고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요즘 텔레비젼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불륜과 배신의 드라마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며, 그에 따르면 이미 낳아놓은 자식이 더이상 무기가 되지 않기에...

한시간 넘게 거울에 키스를 하고 작년에 무리해서 마련한 텍도 떼지 않은 원피스를 입어봤다.
아뿔싸!!, 다림질!
선풍기를 돌리며 다림질을 해도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가방에 대충의 소지품을 쑤셔넣고, 한번 더 거울을 본다.
결혼식후에 한번 신고 고이 모셔둔 구두를 꺼내 신어야지.
이런!
출산후에 붓기가 빠지지 않은발이 그대로 눌러 앉았나 보다.
신데렐라 의붓언니가 유리구두를 신은 꼴이 되고 말았다.

하는수없이 작년에 충동구매 하고 너무 높아서 동네 슈퍼 갈때나 가끔씩 신었던 샌들을 꺼내 신었다.
음...
좀 힘들지만 애가 없는 혼자몸이니 시내까지 나갈만 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발목이며 발바닥이며 내리누르는 무게를 견디기 힘들고 서있기 조차 버거웠다.
설상가상으로 그날따라 눈에 보이는 모든 여자들은 다들 가벼운 캐주얼 차림으로 사뿐사뿐 제갈길들을 가고 있었다.

발은 욱씬욱씬 쑤셔대고 영화를 보고 나니 오랜시간 앉아있어, 발이 퉁퉁 부었는지 어쨌는지 걸을 수가 없었다.
남편팔을 부여잡고 아니, 질질 끌려가다 시피 평소 두배의 시간이 걸려 집에 도착했고 사흘동안 어디 나갈 엄두를 못냈다.

내나이 서른...
진정 영락없는 아줌마가 되고 만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