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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면서 ♥ - 아침산책길


BY 산아 2002-07-15


여름에는 식물들이랑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햇님은 참 할 일이 많습니다

새벽 6시가 되기도 전에 새들을 깨워 지저귀게 하고도
두돌박이 아이가 일어나지 않으면 아침햇살은
창문을 통해 고요히 쌕쌕거리며 자고 있는
남자아이의 빰을 살짝 간지럽혀서 눈을 뜨게 합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두돌박이 아이는 
제일 먼저 잠을 자고 있는 엄마를 부릅니다

엄마는 두돌박이 사내아이가 이불에 지도를 그릴까봐
순간적으로 "응" 대답을 하면서 일어나 
아이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오줌을 누입니다

새벽일찍 일어난 아이는 엄마가 제 옆에 있는 것이
확인이 되고 밤새 참아왔던 오줌주머니도
시원하게 비워서인지 이제는 관심사가 아빠로 바뀝니다

잠을 자고 있는 아빠에게 가서 "아~빠~~~" 하고 능청스럽게 
부르면서 안깁니다
최근들어 귀가시간이 늦은 아빠가 안스러운 엄마는
"00야 우리 산에 가자"하며 아이 관심의 방향을 바꾸어 줍니다
 
고요한 새벽공기를 깨는 동생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얼떨결에 일어난 큰애와 엄마 두돌박이 아이는 손을 잡고 산책을 갑니다.

아파트를 나와 신호등을 건너면 두돌박이 남자아이의 가족들이
아침산책길으로 주로 가는 앝트막한 정겨운 산이 있습니다

호기심많은 두돌박이 아이는 논길을 지나 산으로 접어드는
산책길을 가면서 연신 입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고 
"이게 뭐예요" 하면서 연신 질문을 해댑니다

논에 심어진 모, 길가의 접시꽃, 키가크고 잎이 날가로운 이름모를 풀,
산자락폐가의 흉한 모습을 감추어주는 아름다운 능소화, 그리고 소나무
파랗고 작은 열매인 냉감(아마 사투리?), 짹짹거리는 새소리등이 
모두 아이의 관심사입니다.
산길로 접어들면서 새소리가 나면 아이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짹짹아 00이 왔다" 하면서 인사를 합니다

같은 남자아이라도 6살이나 더 먹은 형이
팔을 휘젓으며 성큼성큼 발걸음을 띄어 어른처럼 산길을 걸어가자
엄마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느라 바쁜 두돌박이 아이는
작은 발로 종종거리며 부지런히 제 형을 따라갈려고 노력합니다

두아들을 뒤따르던 엄마는 요즘들어 
부쩍 자립심이 강해 뭐든지 혼자 하려는 두돌박이 아이가 
업어달라 안아달라 하지 않은 것을 보며 "이제는 다 컷구나"
하면서 혼자 빙긋이 웃습니다

엄마는 직장을 나가야 하고 큰애는 학교에 가야하는 바쁜 아침시간이라
산꼭대기까지는 올라가지 못해 아이의 가족은
산중턱의 나무의자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고 숨을 고릅니다

그 와중에도 두돌박이 아이는 나무의자옆에  앉아
손바닥을 부슬부슬한 산자락의 흙에 대고 한참을 가만히 있습니다

조금후면 큰 개미 두세마리가 아이의 손가락을 타고
손등으로 올라오면 두돌박이 아이는 
"엄마! 엄마! 개미, 개미예요" 하면서 신기하고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개미와 아이만이 통하는 언어로 
중얼거리며 대화를 합니다

손등으로 올라온 개미는 아이의 팔을 타고 기어다니며 
까르르, 까르르 웃는 아이와 같이 한참을 놉니다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배워버렸는지 
아니면 그런것에 관심이 없는 큰애는 "00야 개미가 팔 물어 물어"
하면서 제 동생을 걱정하지만 세상에 대해 눈을 막 뜨기 시작한  
두돌박이 아이는 전혀 무서워도 하지 않고
개미와 노는 것에 재미있어 하며 개미를 괴롭히지도 않고
개미를 죽이는 일도 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본 엄마는 
"00야 이제 가자 그리고 개미도 아침맘마 먹어야 하니까
개미집에 가게 하자" 하면 아이도 개미를 다시 산에 
놓아주고 "개미야 안녕 빠이 빠이 "하면서 산을 내려옵니다

산중턱을 기점으로 해서 내려오는 길 양쪽밭에는 
지금 한참 옥수수와 고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는 고추나무가 어떤건지 옥수수나무가 어떤건지 
날마다 보아서 구분할줄 압니다.

작은 밭을 지나면 밭아래 아이가족이 "고운샘"이라고 이름붙여준 
작은 우물이 있습니다.
아마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었을 맛있는 
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그냥 마시기에는 조금 껄끄러운 물이라
아이의 가족들은 고운샘에서 세수를 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고운샘의 물은 정말 차갑습니다
항상 물이 동그란 우물안을 넘쳐서 흐르고
샘의 바닥은 깊지 않아 아이들과 엄마는
또한번 샘주위에서 물장구를 치며 
아침이지만 더운여름날이라 아침산책으로 흐른 땀을 씻어냅니다

아이의 엄마는 시간만 나면 아이들과 자연을 벗하며 
자연스럽게 변화해가는 산의 색깔이며
자라는 식물들의 변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할려고 노력합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애는 모가 어떻게 자라 벼가 되는지 그리고 
쌀로 되어 우리의 밥상에 올려지는지 그리고 어느시기에
논에 물이 있어야 하고 어느시기에 물을 빼주어야 하는지
아침산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할것입니다
 
또한 첫애를 키워본 아이의 엄마는 이제 둘째아이에게는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든지 무엇을 주입시켜야 하는 것에 안달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시기에 맞추어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려주며 느긋하게 키웁니다

아침산책을 하면서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게 되고
나태해지고 욕심에 물들은 마음을 한꺼풀 벗겨내면서
다시금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고 살아갈 방향을 잡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