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3

똥개이야기


BY 봄비내린아침 2000-11-14

내 이웃엔 다롱이라는 똥개가 있다

겉보기엔 기냥 똥개다.

난 개를 무지하게 싫어한다. 내 천성이 게으른 탓인지 아니면

동물에 대한사랑의 힘이 약한 탓인지 그도 아니면 어릴적 송아지

만한 세퍼트에게 혼줄이 난 경험탓인지 하여간 개라면 강아지만

보아도 소름이 쫘악 끼친다. 소름정도가 아니라 무서워서 근

처에도 가지 못할 정도다. 요샌 애완견을 무슨 아기인양 안고

차고 입맞추고 치장하고 공들여 먹이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또 우리 두 아들 녀석들 강아지 하나 사는게 지상 최대의 소원이

던때도 있었지만 징그럽고 싫은건 어쩔수가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내가 이 동네에서 자리를 틀고 장사를 시작한게 3년째다. 처음

얼만간은 다롱이는 내관심밖이었고, 너저분한 똥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녀석은 날 알아보는듯 살랑 꼬리를 흔들

기 시작했다. 나뿐아니라 다롱이는 이동네 가게쥔들을 다 알아

보는듯하다. 저사람은 신발가게주인, 저사람은 옷가게 주인등

등.. 행여 낯선사람이 주인없는 가게에 얼쩡거리기라도 할라치

면 그 날은 다롱이 짖음소리에 온동네가 시끄럽다.

한번은 옷가게 아저씨가 늘 쓰던 중절모를 다른걸로 바꾸어쓰고

온적이 있었다. 뒷모습만 보고 이놈의 똥개가 짓고 난리가 난

거였다.

'다롱아, 내다 와 그라노?' 그제서야 다롱이는 꼬리를 내리고

슬금 뒷걸음질을 쳐 제집으로 들어가더란다.

더 웃기는 건 다롱이는 바람둥이다./숫캐다/

다롱이엄마-개주인을 일컫는다--말에 의하면 다롱이가 이 동네

에 뿌린 씨?만 해도 헤일수가 없단다. 사람으로 치면 순 난봉

꾼인셈이다 한번 찍은 암캐는 절대로 포기를 않는단다.

맘에드는 여자친구가 있으면 몇날몇일을 그 집 대문앞에서 밤

낮주야로 대기한단다. 다롱이 엄마가 측은하고 기가차서 데려

올려고 해도 막무가내다. 그토록 좋아하는 우유 주마고 달래고

얼러도 몇발자욱 떼다간 제자리로 간단다.

그러고 대기해있다가는 기어이 기필코 볼일?을 속시원하게 봐야

만 집으로 돌아온다. 바싹 마르고 헬쓱해진 몰골로..

그닥 관심을 두지도 않았던 한낱 똥개때문에 요즘은 나도 자주

웃는다.

알콜냄새에 지독히 민감한 다롱이는 술취한 사람이 시장어귀에

만 나타나도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날은 30대

의 멀쩡한 남자가 대낮에 술에 절어 괜한 시비를 건 적이 있었

다. 정말 얼토당토않은 일로 시끄러워진판이라 파출소 순경

까지 도원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또 신기한 건 다롱이가

제집대문앞에 쓱 나오더니 그 남자를 물끄러니 쳐다만보는 것

이다. 평상시 같으면 물어튿을듯 짖어야 정상인데.. 그러더니

슬그머니 제집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누군가 폭풍이 지난뒤 말하기를

"얼마나 인간이 인간 같지않았으면 다롱이가 다 무시를 했겠노.

정말 다롱이가 그 남자를 보고 개만도 못한 X 라고 무시한 것

인지 그 속은 아무도 모른다.

그 일로 우리는 몇날을 또 웃었다.

또 몇일 다롱이가 보이질 않는다. 또 어데인가 이쁜 암캐 한

마리 점찍은 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