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둘러 앉아
며칠전부터 저녁 시간에 아이들은
카운팅을 시작했다. '자, 이제 아빠 올 날 며칠?....."
'ten......!!' 그리고 아이들은 입 맞춰 열심히
카운팅을 한다. 마지막'...three two, one!'하곤
일제히 팔을 벌리며 'Daddy!'를 외친다.
그러면 영문을 모르는 막내는 이건 또 왠
코리아와는 다른 외침의 응원인가 하고 눈이 휘둥그래져서
두리번거린다.
6월 월드컵 이후로 막내는 축구공이나 축구하는 사람만 보면
두 팔을 흔들며 '코리아, 코리아!' 하고 외친다.
축구를 볼 때 하도 지루해 하며 훼방을 놓길래
막내를 축구에 흥미를 갖게라도 하여 함께 볼 일념으로
가르친 구호이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골이 아쉽게 안 들어 간 장면에서 내가
땅을 치며 아쉬워하는 장면을 고대로 흉내내면서
지도 땅을 한 번 집고 일어나며 '아-씨!' 할 때는
너무나 기막힐 뿐이다.
아이가 주는 삶의 카타르시스들은 바로 이런 작은 일들로
얻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은 딸내미가 또 얼마나 나를 파안대소하게 했던 지
정말 그렇게 즐겁게 웃어보긴 참 오랜만이었단 생각이
다 든다.
잘려고 침대에 누운 딸내미와 good night 인사를 정겹게
나누다가 갑자기 아빠가 오면 누가 아빠랑 자느냐고
딸이 물었다.
'응, 오빠는 현규랑 자고, 넌 언니(이종 사촌) 오니까 언니랑 자고....
아빤 당근 엄마랑 자야지.' 했더니
울 딸내미 정색을 하고 안 된다고, 자기가 아빠랑
자야 한단다. 그 이유인즉슨
'엄마는 아빠랑 thousands before 부터 알아 왔지만,
자기는 겨우 아빠랑 7년 반 밖에 못 만났기때문에......'
손해 본 자기가 아빠랑 자야한단다.
딸내미의 계산법이 맞는 지 순간 황당해 하면서
그 엉뚱한 생각에 정말 즐거운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지도 따라 웃는다.
한참 웃고 나서 그럼 우리 하루 하루씩 교대로
아빠랑 잘까? 타협을 시도해 보지만
지하고만 자야한다고 뻗대는 딸을
웃음과 함께 흘겨 보며 방을 나왔다.
이만 하면 라이벌중에도
정말 힘든 강적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