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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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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


BY 임진희 2001-05-17

지난 5월 1일날 중국으로 여행을 가려고 남편과 함께 공항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중이였다.

젊은 부부 두 사람도 함께 있었는데 왠 젊은 남자가 남편 옆으로

다가 오더니 사정하는듯이 말을 붙였다.

이런 말씀 드리면 어떻게 생각 할지 모르지만 제가 지금 인천 공항에

가는 길이니 제 차를 타시면 어떻겠냐고 간곡히 말을 하니 남편은

별 의심도 하지 않고 그 남자를 따라서 차를 탔다.

나는 순간적으로 기분이 내키지 않았지만 모처럼 여행을 가는데

남편과 언짢은 기분을 갖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차를 탔다.

차는 찜찜한 내 마음도 모른체 잠시 앞으로 달렸다.

그러나 얼마 달리지 않았는데 청년은 조금전에 결혼식에 다녀 왔는데

떡을 가져 왔다며 종이컵에 담긴 떡을 한개씩이라도 먹으라며

내밀었다. 일단은 컵을 받고서 방금 밥을 먹어서 못 먹겠다고

하니까 그래도 한개만 드시라고 자꾸 권했다.

바람떡 속에 수면제가 들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의심할줄 모르고 차를 탄 남편이 원망스러워 졌다.

편하게 공항버스를 타면 될텐데...

일단 떡은 먹지 않았다. 옆에 앉은 남편의 허벅지를 꼬집고 눈짓을

했다.

앞을 달리던 차가 공항과는 반대길로 들어서려는 순간 남편과 나는

동시에 직진으로 가야 된다는 말을 하니까 모르는척 하며 차선을

다시 바꿨다.

인천 공항 개통전에 남편과 나는 영종도에 다녀와서 길을 잘 알고

있었다.

남자는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인천공항에 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었고 나는 속으로 이 남자

가 작전에 실패 하니까 할수 없이 공항에 가는거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있었다.

그랬더니 남자는 사모님 주무시려면 앞자리에 오셔서 의자를 뒤로

젖히고 주무시라고 다시 말을 걸었다.

안될 말이었다.

달리는 길에서 만일 내가 앞자리로 이동 하려면 차를 세워야 하고

그러면 뒤따르던 일행이 뒷자리에 앉은 남편 옆으로 타면 그때는

어떤 상황이 될까..

여행을 가는 사람이면 여비는 있을테고 작전을 써서 돈을 털려는

수작 같았다.

평생 남을 의심 할줄 모르는 남편 때문에 쓸데 없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작전에 실패한 남자는 사람을 잘못 골랐다고 후회를 하고 있을까.

떡을 먹으려던 남편을 만류 한것은 잘한일 같았다.

아들 같은 남자가 왜 이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지만 어쨋튼 무사히 공항에서 내릴수 있었다.

원래는 중국의 다른 코스로 여행을 하려 했는데 여행사에서 갑자기

취소 됐다고 하는 바람에 작년에 친구들과 다녀온 북경을 다시 가게

되었다.

남편은 금방 잊었지만 나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잔소리

를 하고 말았다.

지금껏 여행을 다녔어도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여행사에 의뢰해서 갔기때문에 모르는 가족 두팀하고 우리 부부 합해

서 모두 열두 명이었다.

한가족은 초등학교 다니는 두딸과 유치원생 아들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

다른 한 가족은 남편이 바쁘다며 역시 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데리고

왔다.

중년인 아들은 늙은 아버지 손을 잡고 다녔다.

자식이 어릴때는 자식이 아버지 손을 잡는데 부모가 늙으니 자식손을

부모가 잡고 있었다.

나는 남편에게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냐고 말을 하니 그 쪽의

며느리가 빙긋 웃었다.

아들은 성격도 서글서글 해서 더욱 부럽게 했다.

효자시라고 내가 칭찬을 했더니 집사람이 아이 셋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다고 했다.

배려 할줄 아는 사람이었다.

부모님들은 동네에서 모두들 부러워 한다며 자랑을 하셨다.

출발 할때 찜찜 했던 기분은 어느틈에 사라지고 한번 갔던 곳인데도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중국 사람들도 일주일동안 쉬는 기간이라 어디를 가나 사람으로 북새

통을 이루었지만 여행도 어차피 사람 구경인지라 즐겁기만 했다.

사일간의 짧은 여행은 마음속에 새로운 바람을 넣고 있었다.

다녀오고 나면 또 다시 떠나고 싶은것이 여행이다.

다음에 어디를 갈까 신문에 난 광고를 들여다 본다.

글쎄 언제 떠나게 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