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7월달에 들어있는 공휴일이자
꿋꿋하게 양력으로 고수해온
내 생일!!
이삼일 있다가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 생일이라며 시아버지 이하
어른 8명, 중학생 포함한 아이들
3명의 시댁 식구들이
느긋한 일요일 초저녁 시간에
집앞이라는 전화를 채 끊기도 전에
들이닥쳤다.
예배 마친후 모처럼 우리 가족만
한가하게 외식으로 점심식사를
마친뒤 캠프에 챙겨보낼 딸아이의
여름 잠옷 한벌 장만하여 집에
돌아와 온가족 꿀보다도 더 달콤한
낮잠에 들었었다.
거실에 대나무 돗자리 깔고 양편에
아이들 하나씩 누이고 늘 그렇듯이
남편 팔베고 누워 한잠을 들었다.
넓게만 생각했던 거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장정들로 갑자기 비좁아지고
겨우 정리를 마쳐놓은 아이들 놀이방도
순식간에 도로 엉망이 되어지는
것이었다.
무엇 준비할 새도 없고 지난 며칠동안
손님 치르느라 녹초가 된 몸이라
밥도 내손으로 떠먹기가 싫을 정도로
지쳐있었기에 문득 치미는 짜증을
다스리기도 힘이 들정도였다.
남편 슬슬 내 눈치를 보며 무에
잘못한것도 없는 사람이 주방에서
거실로 이방서 저방으로 혼자서
분주하다.
깔고 앉아도 될만큼 나온 입을
의식하며 쌀을 씻으려 하는데
아버님이 부르신다.
- 너 힘든데 무슨 저녁준비냐....
각자 자기집 차 타고 송도 ㅇㅇㅇ에
있는 식당서 만나도록 하자
내민 입이 들어가고 속없이 굴은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지는 순간
이었다.
어찌어찌 아이들 채비하여 약속한
장소엘 도착하니 성미 급하신
우리 아버님.....
벌써 며칠전에 예약하셔서 분주한
휴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창가 제일 좋은 자리에 가족석이
준비되어있었다.
더더욱 어른들께 죄송스럽고
고기 구워 내 앞으로 놓아주시는데
뻔뻔한 며느리는 넙죽넙죽 잘도
받아 먹는다.
평소 살가운 말씀 한마디 할줄
모르시는 아버님
무뚝뚝이라면 팔도 사방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만큼 상대의
마음 헤아릴줄 모르시고
때로는 외며느리로 나 혼자 감당
해나가기 어려운 말씀도 서슴치
않으셨던 아버님
당신 외아들에 대한 이루지 못한
기대를 모두 며느리탓으로로 돌려
결국 아들도 등을 돌리게 할수밖
에 없었던.....
참으로 힘겹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했던 고집불통의
시아버님
그런 아버님이셨기에 오늘의
아버님의 행동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낯선 모습이었다
마주앉아 함께 식사를 하며
아버님을 바라보니
언제 그렇게 늙으셨는지......
머리는 또 왜그리 많이 빠지셨고
흰머리는 그리도 많이 늘으셨는지
내 시선을 느끼셨는지 아버님의
손길이 자꾸만 흰눈이 소복하게
내려 앉은것만 같은 옆머리로
향하신다
아이들 포함 15명의 식사를
마친뒤 과일이나 드시자며
집으로 모시고 왔다
냉장고에 차게 식혀진 수박과
참외를 꺼내 모양좋게 접시에
담아낼 준비를 하는데 내 옆에
아버님이 오시며 하얀 봉투를
하나 내미신다
- 얼마 되지는 않지만 꼭
너 필요한것 사라......
첨으로 받은 아버님의 금일봉
꼭 쥔 손끝 만큼이나 따뜻한
아버님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