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나의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건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너무 멀어서 우연이도 만날 수 없는 첫사랑.
친구 개업 사무실에 들려 바쁜 친구들은 먼저들 가고
나머지 친구들은 미사리로 행했다.
여러번 미사리를 지나다녔지만 여유가 없어서 스쳐만 다녔는데
친구들과 갈 기회가 생겨 마음은 어느새 바람잔뜩든 풍선이 되었다.
첫머리쯤 들린 곳는 박강성이 나오는 카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박강성은 콘서트가 있어서 못나온다고 한다.
다시 조금 더 들어가 들린 곳이 박상민이 나오는 카페...
성공이였다.
창이 넓은 창가 자리에 우리들은 편하게 앉았다.
창가엔 어둠이 내리고,
창안엔 후덥지근한 열기와 인공안개가 풀풀 올라가고,
박상민은 까만 안경을 끼고 가슴 울리도록 첫 곡을 불렀다.
노랜 상상이상으로 잘했다.
두번째 사랑...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노래 제목도 노래 가사도 음도 아름답도록 슬펐다.
창밖엔 소나무 한 그루가 곧게 자라지 못하고 비스듬하게 크고 있엇다.
무거운 세상짐을 벗어내지 못하고 카페뜰을 지킨 번뇌의 소나무.
그 나무밑에서 조명빛을 받고 피어난 달맞이꽃 두 포기.
두번째 사랑이란 노래와 달맞이꽃 두 줄기가 우연인지 운명인지를 가름하면서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빽빽한 생활과 직업상 혼자서 치워야할 온갖 책임을
박상민의 노래 '두번째 사랑'속으로 달래서 보냈다.
노래를 들으며 첫사랑을 검토하고 나의 두번째 사랑을 창가의 두줄기 달맞이꽃과 대비를 시켰다.
첫사랑은 내게 달맞이 꽃을 선물한적이 있었다.
달빛을 받아 핀 노란 달맞이꽃을 꺾어 수줍게 내밀던 모습.
서로 아무말도 못하고 헤어졌던 여름날 밤.
집으로 들어와 물컵에 꽂아 티비위에 올려 놨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꽃은 시들고,
다음해 달맞이꽃이 피기전에 첫사랑도 떠나갔다.
눈시울이 뜨거워져 자꾸만 자꾸만 안개낀듯한 창밖을 보았다.
달맞이 꽃에겐 들켜도 되지만 친구들에게 내 첫사랑이 들켜 버릴까봐.
나를 지겹게 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 했다.
친하지도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외로움이 낫다고 했다.
자기 반성은 적당하게 해야 오래 산단다...
난 나를 지겨운 과거쪽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난 나를 공간속에 가둬 놓고 우울한 오후의 창을 만든다.
난 나를 노래 테이프처럼 되돌리기를 해서 따분한 밤을 지새우게한다.
객쩍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다시 미사리 카페로 돌아가야겠다.
시간은 내일을 향해 질주하고 노래는 절정에 다달아 끝내는 우리들을 일어나게해서는
같이 소리지르고 춤을 추게했다.
첫사랑은 끝났다.
가끔씩 첫사랑이 그리운 건 그 시절이 그리워서다.
우리들은 착각에서 벗어나야한다.
싱그런 젊은날이 그리워 첫사랑도 동시에 보고싶은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두고두고 그리운것이다.
첫사랑은 가슴속에 묻어둬야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것이다.
그래야 꺼내보고 싶은 때 꺼내봐야 보석처럼 빛나는 것이다.
두번째 사랑을 기다린다.
늙어질때까지 기다림으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두번째 사랑은 서툴지 않을 것이고
선홍색의 색깔로 물들것이고
유쾌하게 사랑하는 법을 알게될것이다.
비록 이 기다림이 착각이고 모순이라 명제해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창가에 빛나던 두줄기 달맞이 꽃과도 헤어져야한다.
박상민은 뒷문으로 슬쩍 빠져나가고 우리는 후끈한 카페를 나왔다.
첫사랑은 너무 멀리 살고 있어서 우연이도 만나지 못했다.
두번째 사랑은 가까운곳에서 우연이 만나고 싶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