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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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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만 해봐~!


BY 雪里 2002-07-14


"아무리 초복이 지난 날씨라지만
밤에도 이리 더울순 없어!
내 몸에 이상 현상이 생긴거야,
누가 나보고 겨울과 여름중 어떤게 좋으냐 물으면
추위에 약한 나야 늘 여름이 좋았는데
아무래도 내년부턴 겨울을 좋아해야 할것 같어."

자다가 말고 일어나 앉아서
비맞은 중놈처럼 궁시렁 대다가,
잠들기전에 펴놓고 보던
모은행에서 오랫동안 잘 찾아 다닌다고
우수고객이라며 보내주는 계간지로
부채질을 해 보지만
턱도 없이 갈증나는 바람.

옆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남편을
훌렁 건너 넘어서 거실로 나오면서
어릴적 함부로 사람을 넘어 다니면 안되는거라고
혼내시던 친정 엄마의 말씀에 들켜 흠?한다.

밤시간에 겨우 쉬고 있는 선풍기를 질질 끌고
들어와서 대강 찾아 꽂으려는 구멍에
먼저 꽂혀진 매트킬라가 짜증스러워 휙 뽑아 던져 놓고
센바람을 누른다.

앞가슴을 훌훌 걷어 올려 땀을 식히려는데
이리저리 돌려도 도리도리만 하는
선풍기의 머리를 붙잡고 벽을 쳐다보니
어스름한 어둠속에 내려보는 시계시침이 3자를 넘고 있다.

"그래,
내가 아무래도 갱년기를 맞은거 같어.
내가 언제 자다가 선풍기 바람 쏘이는거 봤어?
내가 벌써 늙는거야,
이거 정말 갱년기 증센가봐.
나, 더워서 자기한테 살좀 댔더니 어쩌면 그렇게 도망가?
마누라 덥다는데 시원한 살로 좀 식혀주면 안돼?
나중에 후회 하지마, 내살 닿기만 해봐라
내 옆에 오기만 해봐!!
왜 이리 더운거야,정말.
자긴 안 더워?"

반쯤은 깨어 있는 남편에게 따따부따.
내 푸념섞인 투정은
남편의 새벽잠을 완전히 깨워 일으켜 앉힌다.

"왜그러능겨?"
"내가 말이야, 자다가 너무 더워서
시원한 자기 살을 찾아 다리를 걸치려는데
자기가 도망갔잖아요?"

"내가 언제?"
"언제라니? 나, 그래서 선풍기 들고 온 거예요.
그렇게만 해봐, 나중에 후회 할려구..."

아닌밤중에 홍두깨를 맞은듯
게심츠레한 눈을 꿈뻑이다
다시 쓰러지는 그이.
날 잡아 잡수하고 잠들어 버린다.

겨울이면 유난히 따뜻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느낌이 드는 그이 살갗이
내겐 아주 편리한데
자기에겐 도움이 안된다고
도망을 가???

아무래도 내몸에 뭔가 변화가 오고 있나보다.
불편한 허리에만 신경 쓰여서
우선 아픈 다리만 주무르며 고통을 줄이고 사는데
흘러버린 시간만큼 몸도 변해 가고 있었구나.
마음은 아직 멀었는데....

아침이 될때까지,
다리 밑에 벼개만 고이고 누웠다가,
끌어안고 옆으로 누웠다가.

여섯번 때리며 부르는 주방의 시계는
나랑 같이 시집 와서 같이 살았어도
여전히 새벽마다 날 깨워대는걸 보면 멀쩡한데,
나만 변해 버리고,
아니 나만 늙어가고 있는거 같아.

세상모른채 잠든 그일,
일어나며 발로 툭 건드려 본다,

그렇게만 해봐요!!!
자기 진짜,
나중에 후회 하게 만들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