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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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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 이란게 뭔지!♠


BY 억새풀 2001-05-16

오늘 아침 햇살이 너무 화창하다 못해 톡 하면 깨어질것만 같다.

거기다가 바람까지 기분 좋을 만큼 더할나위 없이 시원하다.

문득 "오늘 베란다 정리를 좀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집 베란다에는 크고 작은 이쁜 화분들이 우리 식구들과 더불어

7~8 년을 동고동락하며 지금까지 한 식구나 다름 없었다.

그런 이쁜 것들이 어느새 부터 이 주인의 눈 밖에 나고 부터는

홀로 외톨이로 지내다가 드디어는 아예 그 모습들이 하나 둘 씩

사그라져 가고 말았다.

이제 지겨워져서.

그네들의 그 파릇 파릇한 모습들을 보면 난 한없이 위축되는것 같고

그 싱싱함과 힘있는 너희 모습에 비해 난 너무 초라해 보여서.......

그래서

그런 이기적인 내 자만심으로 인해 오늘 드디어 너희들의

보금자리를 너무나 가볍게 그렇게 치워 버렸다.

그리고 이제 얼마 안있으면 우린 이 정든 곳을 떠나야 한다.

신랑 하는 일이 잘 안돼서 ......그렇게......

처음으로 내 집이란 뿌듯함을 알게 해 주었고

꿈에도 그리던 나도 APT 아줌마로써의 생활이 시작된 곳이었다.

우리 딸아이 초등1 학년 부터 시작하여 어느덧 성숙한

교복 입은 모습이 너무나도 이쁜 여중2 학년이 되었고

울 효자(애칭)는 벌써 4 학년이 되었는데.....

나의 아줌마 전성기도 여기서 한창 무르익고.

아래 위로 마음 맞는 아줌마 들도 사귀고

계추(계모임)도 하고

한마디로 찌지고 뽁고 살면서 미운情 고운情 오만情 다 들었은데.....

이제 며칠후면 우린 이사를 가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 준비물이 없으면 이른 아침 바람에도 전화를 하는 사이였고

밥 먹다 밥이 모자라면 언제든지 빈 그릇을 가지고 달려가고.....

집에 행사가 있으면 이웃들이 모여 서로 도와주고.....

아이들이 아프면 니네할것 없이 서로 병원 데려가고.....

비 오는 꿀꿀한 날에는 어느 누구 입에서든

"오늘 같은 날에는 찌짐 부쳐서 한 잔 해야지?"하면 만사 ok!

난 이런 이웃들과 함께 살아 왔다.

그러니 자연히 내 마음이 쓸쓸한것 일께다.

그리고 이제 이 놈의 情보따리를 싸야 할 때가 다 되고 보니 여간 심란한게 아니다.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대로 이별 준비를 하고 있는것 같다.

오늘은 이 집에서 서로 같이 어울려 저녁 먹고.

내일은 저 집에서 홀라당 벗고 지희들끼리 샤워하고.

엄마들이 뭐라하면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잉~~~~~"하면서

엄마들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

참말로 고놈의 情이 뭔지!

사람사는게 다 이렇게 헤어지고 또 만나고 헤어짐이 순리이건만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지.....

이제 슬슬 나도 떠날 채비를 해야겠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닌데......

난 그곳에서 한참 동안을 이쪽으로 멍하니 보고 있을께 뻔하다.

하지만 나 자신을 위로 하면서.

앞으로 열심히 살아서 이 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갈 날을 꿈꾸면서.

그렇치만 나도 모르게 짧은 한숨이 나오고야 만다.

휴우!!!!!!!

지난 시간이 순간 순간 참 소중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생활이 참 행복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그 기억들이 다시 현실로 돌아 와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