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후덥지근한 날씨
"엄마 밥이 저녁에 먹을려니까
좀 그래서..."
"알았어 엄마가 갔다줄께"
고2라서 저녁까지 야자 하는 뽀송이
엄마에게 지원요청을 하는데 해줘야지
그러면서 도시락을 싸서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왜 그리 더운지..
버스를 타려니 시간이 좀 빠듯하고
택시를 타려니 돈이 아깝고 ..
하지만 우리딸 내가 일찍가서
기다려야지싶어 택시를 탔습니다
교실문을 꼭꼭 닫은걸 보니
에어컨은 틀었겠구나 하는맘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습니다
집도 갑자기 줄여서 이사하고
이것저것 맘이 힘들텐데
학교에서 까지 스트레스 받을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시원하게 공부를 하니
조금은 마음이 가볍습니다
집으로 오는길에
오랜만에 만난 외사촌언니네
신발가게에 들러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문득
"야 니신랑 에게 전화 돌려라"
"언니야 전화해도 안받는다"
"우쨌든 해봐라 고마~"
얼떨결에 번호를 눌르고
얼른 언니에게 전화기를 쥐어줬습니다
"여보세요? 김서방 낸데요
누군지 알겠어요?
내 울산 외사촌 처형인데예"
그이가 전화를 받았나봅니다
"아니 도데체 거기서 뭐합니꺼?
집은 이렇게 내팽게 쳐농고
세상에도~~~"
그러면서 어쩌고 저쩌고 그러더니
툭끊어 버렸습니다
"언니 왜?"
"지금 얘기할 상황이 못된다고
저녁 열시 안으로 다시 할께요 카더라"
난 웃었습니다
그이는 분명히 전화를 하지 않을거거든요
난 그냥 웃으면서 집으로 왔습니다
역시 전화가 오지 않았다고 그러면서
언니가 연락이 왔습니다
전 아예 기대도 하지않았습니다
그이는 그 이후로 오늘저녁 내내폰을 꺼놓았더랍니다
세상에 ~~~~~
언니가 그랬습니다
"그놈 언젠가 그 사랑 타령 하다가
고생할기다 사랑은 무슨 사랑 이고
지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신경질 나면 쳐 넣었뿔끼다
니는 가만히 있거라 알았제?"
언니말처럼 가만히 있을랍니다
저보고 헛 똑똑이 라고 합니다
처녀적 니모습은 어디갔냐고 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자신을 찾을지...
희망사항 이지만 ...
다만
한가지
난 참으로 많이 담담해졌습니다
그이의 이야기가 나와도
난 그냥 무덤덤하게
웃으면서 넘길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이사를 오면서
그이를 거기다 놓고 왔나봅니다
아마도....
그래도
언젠가는
내몫의 상처니까
내가슴에 보듬어 두고
한번씩 꺼내 보고싶네요
다~
모두 다지워지면
너무 허허로울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