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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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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여자


BY 조롱박 2002-07-12

나이를 알수없는 여자

사시사철 긴 팔 셔츠에 몸뻬차림인 여자

물기라곤 가본 흔적이 없는 머리칼

앞 이는 거의 빠져 있고 늘 가슴이 아프다고

징징대는 여자

내가 그 여자를 처음 본것은

이곳으로 이사오던 5년전이었다

슈퍼에서 간식꺼리를 사서 나오는데

느닷없이 뒤에서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고는 한참을 어리둥절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으니 분명 나보고

'엄마' 라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나보다 훨씬 나이를 더 먹어 보이는 여자가

생퉁맞게 '엄마'라고 해서 얼마나 당황했던지

못들을걸 들은것 처럼 종종걸음을 쳐서

집으로 들어오는 내내 기분이 엉망이었다

그 후

학교에 자모 모임이 있어 나가다가

슈퍼입구에 또 그녀가 앉아 있는것을 봤다

황당했던 기억이 있어서 슬그머니

돌아가려는데 어느틈에 보고

'엄마 그 신발 참 좋네'

한다

뒤도 보지않고 휭 지나갔다

이웃끼리 차 마실 일이 있어

자리를 함께한 어느 아침

마침 그녀가 화제에 올랐던 적 이 있었다

내가 참 황당했었던 얘기를 꺼내자

십?p년 아래인 섭이엄마가 깔깔 웃으며

'언니는 저보고도 엄마라고 해요'

'어머나 그래요 '

사실 정신이 온전치 못한것 같았지만

나이가 많은 아줌마가 '엄마'하고 부르는데는

왠지 기분이 좀 그랬던건 사실이었지만

그녀에 대한 사연을 들은후

연민같은걸 느끼게 되었다

나이 사십중반

사실은 나보다 어린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모습은 중늙은이 모습이었으니

한참은 위 인줄만 알았다

그녀는 시집가기전까지는 온전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시집 가서 남편의 폭력에 의해

온전한 정신이 달아나고 지금은 심장병까지

겹쳐 팔순에 가까운 친정어머니를 의지하고

살아가는 불쌍한 여인이었다

남편이란 사람이 술주정이 심한데다

여자 문제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주 그녀를 때리는데

그 수준이 그냥 때리는게 아니고

꼭 연장을 들었다고 하니 그녀가 배겨낼 재간이

있었을까

큰 아들과 큰 딸을 빼앗기고 젖먹이였던

지금 중 3학년 딸 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왔다한다

그녀의 친정어머님은 노점에서 야채장사를 하시지만

항상 밝은 웃음이 떠나지 않고

그런 딸 을 보듬어 안고 병원도 가고

손녀 학교도 보내고 한다

그 사정을 알고부터는 필요치 않는 채소라도

꼭 한웅큼이라도 더 사가지고 들어오지만

폭력이 얼마나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고

그 상처로 평생을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수 없게된 그녀를 보면 너무 불쌍하다

늘 슈퍼앞 그 자리에 앉아있는 그녀

학교간 딸애 등교시간에 나와서

하교 할때까지 그렇게 앉았다가

같이 집으로 간다고 했다

' 몸도 불편하신데 집에가서 좀 누워있지 그래요'

요구르트 한 줄을 꺼내서 나누어 먹으면서

내가 말을 꺼내자

앞 이가 다 빠진 입속을 훤히 보이도록 웃으면서

'이 가슴이 답답해서 ...터질까 싶어서'

이러면서 가슴을 쿵쿵 쳐댔다

심장병이 심해서 어쩔땐 한달여 입원도 한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았다

홧병일까

그녀의 얼굴은 시커멓게 탔지만

지금은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처음 그녀를 본 사람들은

늘 불안해서 주위를 둘러보고 괴성도 지르고

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딸 애 와 불편한 다리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꼭 온전한 정신도 되찾고 딸애가 성인이 될때까지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라도 오래 살아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하나 기원하곤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그녀에게 더 이상 불행은 없었으면 한다

'엄마'라고 불러도 이젠

거부감 없이 안부도 묻고 한다

그녀가 보이지 않으면 괜히 불안스럽다

딸 의 등을 두드리며 나란히 걸어가는

두 모녀에게 가득 가득 복주머니가 열렸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