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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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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아내,행복한 엄마


BY hessary 2001-05-16

자정이다.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1시에 퇴근하는 지친 남편을 위한 밥을 한다.새벽밥 나만큼 빠른 새벽밥은 드물겠지.

내 남편은 일 중독자다.
마누라인 나만빼고 세상사람 비위 다 맞추고 예의 바른 남자다.
내가 하는 말은 다 쓸데없는 소리고 잘났다며 무시하는 남자다.

근데,그는 수입이 나쁘진 않다.
남들의 곱을 일하고,엄격한 의미에서의 휴식조차 없는 정말 이상적인 근로자다.
휴일은 휴일대로 업무의 연장인 각종 모임으로 집에는 있을 시간이없다.

오늘도 그냥 와도 한신데,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
나의 가슴은 늘상 이렇게 무참히 짓밟힘을 자주 당한다.
새벽 5-6시의 귀가가 잦다.

상상이 가겠지만 그는 성적무능이다.6년째..
아무리 얘길해도 그 부분엔 꽉 막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의 망가진 몸매나,때로 나의 그가 느기는 (똑똑함)이 그를 임포로 몰아간 건 아닐까하고,

그이와 난 연애 결혼이었고,그이는 내게 너무도 진실하고 자상한 열정적인 남자였다.

난 분명 슬픈 아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아들은 이제 다섯살난 남들이 말하는 잘생긴 아이다.
엄마에게 물도 가져다 주고,입을 맞춰 주고,늘 안아주며,나만 보면 웃는다.
그저 행복해진다.
우습지?
결혼하고 1년도 되기전에 피로를 핑계로 잠자리를 회피하더니,드디어는 임신가능일을 잡아 1번나눈 사랑에 태어난 우리 아들이
날 너무도 기쁘게 하지만 또 내가 이 악몽처럼 처절하게도 외로운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는 올가미가 되고 있으니...


아들은 이상하리만치 내게 집착했고,장난으로도 그이가 안는 꼴을 못보고,밀쳐내며 울어 대곤했다.
지금은 장난으로조차 그런자세를 취할 맘이 없어서...

나는 정말 매일 조금씩 무너진다.
나의 감수성도 남들이 부러워하던 웃음도
억지로 긍정적인 사고로 내 생활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결혼인지 하숙집 아줌만지 모를 나의 가정이 너무도 위태롭기만하다.

눈물이 흐른다.
내 아름답던 청춘이 그대의 푸른 이상들이 억지로 억지로 날 달래며 사는 이 아줌마의무게가,아내로서의 짐덩이가 너무 무겁다.

평화롭게 자는 내 아이의 고운 숨소리에 가슴이저려온다.

바람이 분다.

억지말고 정말 알콩달콩 사는 것처럼 살면서
진짜로 웃고싶다.

내 어리석은 남편은 오늘도 직장동료들 독려하느라 상사들과 술한잔하느라 왕 늦나보다.

어느날 내가 정신병원엘 간다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할테지.
돈 잘 벌고 순한 남편 뭐 때문일가하고.
내가 적당히 포장한 그이의 장점만 알테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