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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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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용범이


BY shinjak 2002-07-11

오늘은 무척 더운 날이다.

교사건강진단 받는날이라고
10 시까지 아이들은 등교를 하고 선생들은
8 시까지 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는다.

아이들처럼 오전내내 줄을 서서 다녔다.
치과 진료, 심전도,x-ray,소변검사, 피검사
내진검사,키와 몸무게, 시력검사로 줄을 섰다.

어젯밤 6시에 저녁을 먹고
오늘 10시까지 뱃속을 비운 탓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더위한테 짜증이 나고,
기다리는 줄이 짜증이 나고
오히려 건강을 잃겠다고 웃었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내 차례가 끝나고
뜨거운 땡볕에서 차를 기다리는 배고픈 사람.

택시를 잡아탔는데, 에어콘도 없다.
또 짜증이 겹친다.
학교 동네 대여섯곳의 식당을 다니면서
"아침먹을 수 있습니까?"
라면은 있다지만,아직 배가 덜 고팠는지
라면은 싫고 아직 준비가 되지않았다는
곳이 대부분이다.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렇게 여유있고 잘 살게 되었는지...


이럴줄 알았으면 진즉 단식을 배울걸
기계적인 직장생활로 인내심이 없는 것인지
나이탓으로 돌려야 하는지 내 육신이 한심하다.
눈이 뒤집혀 이리저리 헤매다가
어느 골목을 찾아 들어가니
젊은 두 자매가 <언니네집>이라는
간판을 걸고 김치부친개를 부치고 있었다.

"아침 좀 얻어 먹을수 있을까요?"
한참 생각하더니
"네, 들어오세요."
이런 때를 구세주 만났다고 하는 것일까?

너무 배가 고파 밥이 들어가지않는다.
땀은 주룩주룩 찬물로 배를 축이고,
몇숟갈 밥을 뜨고 달린다.

학교가 가까워질 수록
학교는 와글와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로
더위는 더욱 가중된다.

교실로 들어서니
여전히 모범생은 모범생.
말썽꾸러기 대여섯명은 상습적으로
고함치고 싸우고 뛰고 흐트러놓고
교실은 부부싸움하는 집같은 분위기.

자습은 하지도않고 때를 만난
망아지가 되어 이리뛰고 저리뛰고
난리가 났다.

어제도 오늘도
그 얼굴들이 나온다.아무렇지도 않은
신나는 표정들
"먼저 금메달은 누구세요?"
"은수, 정혁,민재."
"은메달은 누구세요?"
"호영,민혁."
"동메달은 누구세요?"
"준혁."

민혁이는 벌벌 떨면서 운다.아~민혁이는 눈물로
반성을 하는군요. 들어가세요.한없이 마음이 여린 녀석.
가장 금메달감은 보이지않는다.용범이
궁금한 생각을 뒤로하고

"이름이 불리니 기분이 어떻습니까?"
"부끄러워요."
"부끄러운 일 하지말아야겠지요?"

일단 어머니에게 알려야 하기때문에
레드카드에 <복도와 교실에서 뛰어다님>
버릇을 고쳐야겠습니다.라고 쓴 카드를
알림장에 부착을 해 주고 일을 끝냈다.

이제 용범이가
무슨 일일까? 전화를 할 시간도 없이
수업을 마치고 맥빠진 채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용범이 누나 효진이가 왔다.

용범이 학교 안왔다고 하니
용범이가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데 8시 반쯤
(10시까지 등교인데 이집애들은 왜 이렇게
빨리 일을 벌려? (내 생각) 누나교실에
화장지를 가지러 와서 화장지를 주었다는 것이다.
집으로 전화를 하니 용범이 하는 말 대변이 마려
누나교실에 화장지를 한 장 얻어 5학년 화장실에
가니 너무 더러워 3학년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았지만,
화장지가 모자라 12시까지 화장실에 있었다는 것이다.
집에는 어떻게 갔는냐니까 얼부린다.
효진이 말은 용범이 거짓말이라고 한다.

머리가 복잡해진다.더운 날씨에, 이해못할 말을 하는
아이들과 말씨름 할 여력이 없다.
하루종일 맥이 빠지고 끈적끈적한 물에 빠진듯 덥고.
배는 부글부글 끓고,땀은 나고,피곤하고
휴~~~부채질
더위는 가시지않는다.
복날치고는 너무 덥고 무덥다 .
다시 경험하기 싫은 날이다.
용범이도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