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오랫만에 휴가를 얻어 시댁을 다녀오기로 했어요.
출발서부터 여유를 가지고 시작하고 싶어
시간 되는 대로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을 벗어났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도 도로 양 주변은 푸르름이 한창이었지요.
그리 멀리 보이지 않는 군데 군데가 하얗길래 무엇인가 보았더니,
흔하게 보이던 아카시아꽃이더라구요.
아참! 아카시아가 필 시기 였다는 것 조차 잊고 살았지요.
한참을 지나다 보니 어느 집에선가 굴뚝에서
저녁밥을 짓는지 연기가 모락 모락 나오고 있더군요.
제가 보고 싶은 것이 이런 풍경이었던것 같아요.
고속도로 중간 휴계소에서 먹는 우동도 맛있고,
5시간이 넘는 긴 시간에서 오는 허리아픔도,
엉덩이의 배김도, 약간씩 오는 멀미까지도,
모든 것이 좋기만한 여행이었지요.
시댁에 도착해 어머님이 마늘을 뽑은 자리에
콩을 심고 계서서 저도 하겠다고 하고는
처음 얼마간은 생전 처음 심어보는 콩심기가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었어요.
호미로 두서너번 파고는 콩을 3~4알 넣고는
그 위에 다시 흙을 뿌리면 되었지요.
과연 내가 심는 콩이 싹을 튀울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 속에서도 계속 했는데 한 1시간쯤 심었을때
너무 허리가 아파서 결국 밥을 짓는다고 하고서는
밭에서 내려 왔지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내려온 이후로도 1시간 이상을 더 심으시고는
키가 148센티미터인데 당신보다
큰 지게에 마늘을 한 짐 지으신채로
밭을 내려오셨지요.
그리고는 그 마늘을 저희 주신다고
다 다듬어 놓으신 다음에 그러고도 한참후에
잠자리에 드셨지요.
그런데 저는 밤에 자면서 너무 아파 끙끙 앓면서 잤고,
어머님께서는 끄떡 없으신 채로
그 다음날은 다른 집 품앗이로 마늘 밭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셨지요.
어머님! 허리 안 아프세요?
아니! 하나도 안 아프다.
매일 하는 일 인데, 뭘!
정말!
그 조그만 체구에 힘은 어디서 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