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가운 여름이라고 합니다.
이 여름에 겨울에 피는 동백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자태와 도도한 절개를 지닌 동백을 닮고 싶은 날이지요.
차나무과의 동백나무는 기후나 환경이 좋은 곳에서 살질 않습니다.
바닷가 절벽을, 해안을, 집으로 삼고 살아 내지요.
꽃을 피우기 위하여 동백나무의 꽃 몽우리는 18개월을 견디어야 합니다.
따뜻한 봄볕을, 비바람 부는 무더운 여름을, 푸른 하늘이 스러져 내릴 것
같은 가을을 보내고, 눈바람을 맞으며 겨울을...
긴 세월 인고로 보내고 나서야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을 세상에 선 보인답니다.
꽃 몽우리로 많은 날을 보냈으니 그 향기가 어찌 향기롭지 않을 것이며
그 자태가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살을 에이는 눈보라 속에서 핏빛꽃을 피우는 동백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 아닐 런 지요.
보통의 꽃들은 시들어 생명을 다하게 되면 한 잎씩 바람에 날려 가거나
꽃대에서 시들어 추한 모습으로 죽어가지만 동백꽃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하여 송이채 희디흰 눈밭에 몸을 던진다 합니다.
이름없는 선지자가 토해놓은 선혈처럼 눈밭에 몸을 누이고 생을 마감 한 다지요.
꽃이 떨어진 씨방에는 동백열매가 자랍니다.
동백기름 또한 모체가 그리도 아름답게 절개를 지켰으니 향기롭기로 말하면
뒤지지 않겠지요. 동백기름은 부정하고 더러운 것들을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
성분이 있어 동백기름을 발라 빗어 낭자한 머리엔 먼지나, 벌레, 이물질 들이
달려 들질 못한다 합니다.
우리들도, 말 한마디 행동 한 가지마다 절개를 지키는 동백처럼 살아 갈 수는
없는 것일까요? 한낮 미물도 부끄럽지 않도록 살다가 가는데 만물의 영장
사람인 우리가 부끄럽게 살아서는 사람이라 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가끔 업무상 식사 대접을 받아야 할 때도 대접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상대가 동성일 경우도 이성일 경우도 있지요.
동성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부드럽게 풀려 가지만 이성일 경우에는
상처를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서러운 일이지요.
상대는 농담으로 건네는 말이 제겐 커다란 상처로 희롱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전 그 때마다 동백꽃을 생각합니다. 동백꽃처럼 도도해 지자고...
험하고 유혹이 난무하는 이세상에서 동백꽃처럼 절개를 지키고 사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노력은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렇게 한바탕 향기를 나누어 주고 동백나무는 다시 긴 세월 준비를 할 것입니다.
다음엔 더 아름다운 꽃과 진한 향기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마음이 허허로운 날이면 공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 날은 동백나무 생각은 잠시 창고에 넣어 두는 날일 것입니다.
누군가가 미명의 새벽을 달려오길 기대하지요.
네가 보고싶어 죽을 지경이 되어 왔노라고, 지금 네 얼굴을 보지 못하면
숨이 멎을 것 같아서 새벽을 가르고 달려 왔다고...
잘 살아 냈다고 생각하는 날들도 되돌아 가보면 헛 점 투성이 이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혈기를 부리고 살지는 않았는지요.
우리 사람들도 동백나무처럼 인내를 길러야 할 것입니다.
인내만이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고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니까요.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아름다운 향기가 날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냄새는 사람의 향기입니다.
향기가 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일 것이며 누구든 쉴 수
있는 넉넉한 뜰을 소유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봄이 오기 전 눈밭에 몸을 던진 동백꽃처럼 도도한 절개로 살지는
못 할지라도 닮아 가기 위하여 노력은 하여야 겠지요.
산다는 것은...
내면에서 흘러 넘치는 자신만의 향기를
감추어 두지 말고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며 사는 것은 아닐 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