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어느 가을 날..
조용한 거리에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 빗소리에 젖어있다..
후두둑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 오히려 시원스레 보이는 짙은 색의 승용차 한대
소리없이 길가의 공중전화 박스 옆에 바딱 다가선다..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려 우산을 펼쳐들고
두어발치 떨어진 전화로 걸어가 수화기를 든다..
뭔가 생각을 하는듯 잠시 멈칫..수화기를 도로 내려놓고 시계를 본다..
잠시 후, 비에 젖은 뿌연 하늘을 보며 그 남자는 혼자서 중얼거린다..
"아직 안 자지.. "
다시 수화기를 들고 조심스레 전화번호 버튼을 누른다.
"뚜루루...뚜루루..." 경괘한 신호음..
"네에- "
길게 빼는 귀에 익은 목소리!..순간 남자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자기 아직 안 잤지? 나야-"
..........
비는 후두둑 떨어지고...
검정우산을 한 손으로 받쳐들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수화기를 들고있는 남자..
전화박스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남자의 옆모습이 영화처럼 아름답다..
무언가를 열심히 속삭이던 그 남자..
빗소리가 정겨운듯 지긋이 하늘을 바라본다.
세모돌이인 그의 얼굴이 점점 환하게 밝아진다..
검정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낮게 드리운 안개..
비는 안개속에 물들고 있고..
지나가는 차소리가 더욱 정겹다..
다시 수화기에 귀를 기울이는 그 남자..
입가에 함빡 웃음을 뿌리며 갑자기 큰소리로 외친다..
"자기야- 사랑해-"
엷게 낀 하얀 안개속으로 보이는 회색 바바리 코트를 입은 남자..
그 남자가 공중전화를 하고 있는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비오는 날의 수채화였다..
..자스민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