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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의 오진으로 에이즈 양성을 받는 남성의 사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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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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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색깔 따라잡기*


BY 김경숙 2000-09-08

저녁시간, 퇴근한 남편이 큰 아이에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특이한 질문이 하나 있다. "너, 세수했니?" 그 물음에 아이는 항상 "아빠, 아빠도 씻어봐, 똑같애"하는 대답으로 마무리하고...
아이는 유치원에서 놀이터로 해가 질 무렵까지 놀다오면 내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는다. 습관처럼..

나의 아이는 피부가 정말 까맣다. 아빠를 닮아서.

아마 아이가 네 살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피부색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어느 더운 여름날 아이와 병원에 갔다오는 길에 가까이 지내던 이웃을 만났다. 그런데 이웃이 큰 아이를 쳐다보며 몇 마디의 말을 건네더니 느닷없이 "아니! 이 아줌마가 이런 무더운 날씨에 왜 아이한테 커피색 스타킹을 신기고 다니는 거야?"하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웃고 말았지만 아이는 신경이 예민해서인지 그 말을 흘러듣지 않았던 같다.

집에 와서 얼마동안 아이는 피부와의 전쟁을 치르듯이 매일 때수건으로 온 몸을 빡빡 문질러대는가 하면 평상시 즐겨하지 않는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기도 했고, 짜장면, 콜라 등 색깔이 검은 음식이나 음료수는 입에도 되지 않았다. 어처구니 없지만 나름데로의 콤플렉스를 가진 아이를 보면서 나는 "넨 피부가 까만만큼 건강하고 튼튼하잖니, 그리고 얼굴도 미남인데 피부까지 희면 다른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워하겠니?"하는 말들로 아이들 위로하고 다독거려주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아이는 하얀 피부로 변화되는 일을 포기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요즘 아이는 오히려 피부가 까만 아빠를 놀리기까지 한다. 거울을 앞에 두고 "누가누가 더 까맣지"공방전도 벌이고 까만 게 건강하다는 그럴 듯한 논리로 친구들에게 자랑도 한다.
색깔도 개성일까?

어찌했든 아이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약점을 마음으로 밝게 받아들여가고 있는 것이 나는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