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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3


BY 오드리햇반 2001-05-11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편이 먼저 미술선생님(민구) 얘기를 꺼냈다
어린이날인데 미술선생님은 애들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여서 외롭겠다나(화실미술선샌님은 37세 노처녀임)
난 남편의 가장 큰 단점이 남들을 모두 측은한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오히려 오늘 같은날 아이들에게 해방되어
홀로 있는 즐거움을 누릴것이라고 말해주었더니 나보고 질투하냐고 묻는다

남편이 술생각이 있다는걸 안이상 어차피 상대도 안되는 나와같이 술을
마셔봐야 피로가 풀리기는 커녕 피로가 쌓일것 같아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반갑게 맞는 그녀의 목소리를 남편에게 건네주고는 난 또 휴지를 꺼냈다
난 그날 심한 코감기에 걸려있었다
나역시 며칠전부터 피로가 쌓인데다 계속되는 연휴 그리고 갖가지 아이들 행사
암튼 다른감기와는 달리 코감기는 얼굴전체가 다 아픈데다 더욱 견딜수 없는건
흘러나오는 코를 해결해야 하는데 화장한 얼굴의 코를 푼다는건 정말로
힘든 작업중의 하나였다
그렇다고 신생아들 코빼는 기계를 달고 다닐수도 없고 결국 휴지를 이용할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하루종일 휴지와 싸움을 한 내 몰골이 망가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올때는 이미 포기한채라 아예 킁킁거리면서 코를 풀어 제꼈다

그녀는 먼저 그곳에 와 잇었다
우리가 늘 만나던 그 횟집
그녀가 많이 이뻐졌다고 내가 말하자 남편은 시쿤둥하게 별로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은 사는게 재미있어 죽겠다며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작은일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몇달전 유학을 준비한다며 힘주어 말했던 그래서 비장함마저 감돌았던 그때
그모습과는 달리 정말로 얼굴에 생기가 있어보였다
내가 몸이 안좋다고 말하자 미안하다면서 자신이 괜히 나온것 같다고했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은 술을 한잔 따르면서 감기쯤이야 술한잔 마시면 금새
나을꺼라면서 원망하듯 나를 흘끔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나는 필요없다 이거지
주거니 받거니 두사람이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난 모른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라 집에가서 쉴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까
언제나 그랬듯이 남편은 이차를 외쳐댔고 아이들과 술한잔 마신 그녀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문제는 나였지만...
그런 나를 남편은 고맙게도 아이들 데리고 집에가서 쉬라면서 그녀와 단둘이
포장마차로 향했다
내가 샤워를 하면서 전화를 받을때도 남편은 내게 나와달라고 부탁같은건 고사하고
푹쉬라고 연거푸 말해주었다

내가 깜박 잠이들었을때 남편이 들어온거 같다
키를 각자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자다가 일어나서 문을 열어줘야하는 불편함없이
난 문 소리를 듣고도 그냥 자는척했다
아이들방으로 들어간 남편이 아이들을 귀찮게 하는지 간간히 아이들의 짜증섞인
음향들이 들려왔다
날 건들기만(깨우기) 해봐바....

난 분명히 들었다
비록 잠결이지만 그건 정확히 내 귓속으로 전해졌다
남편이 사고를 쳤다는 그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