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라라? 워째 평상시 보다 퇴근이 빠르댜? "
다른날보다 일찍 들어오는 남편에게 한 마디를 던지고는
시게를 보니 아직 열시도 채 되지 않았다.
그냥 인사치례로
" 저녁은? "
하고 물으니
" 이 사람아, 당근 안 먹었지 "
무지 당당하고 뻔뻔? 스럽게 대답을 한다.
( 우이쒸~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먼. 이 시간에 밥을 달라고 하다니... )
속으로만 꽁시렁거리며 온갖 쇠된 소리는 다 내 뱉는다.
( 지금 시간이 몇신데... 걍 아무곳에서 사먹지 응? 사람을 말이야
왜 이리 귀찬케 하는겨? 이구 지겨버 지겨버.. 궁시렁 궁시렁 )
주방으로 들어갔어야
이미 저녁을 먹고 치웠는데 무슨 밥과 반찬이 있겠는가?
냉장고를 뒤적이니 한 귀퉁이에 찬밥이 보이는지라
전자렌지에 돌려 놓고는
김치와 그외 몇가지의 반찬으로 밥상을 차려오니
옴마? 이 사람이 없다.
" 어딨는겨? "
" 웅, 여기 "
소리나는곳으로 가니 홀라당 벗고는 목간을 한다.
" 엥? 웬일? 오늘 날씨가 덥긴 더웠나? "
" 얌마 오늘 더웠잔아 "
" 하이고~ 밸일이네.. 다른날은 발만 겨우씻고 얼굴은 물만 묻히던 사람이... "
울 서방.
씻는거 무지 싫어한다.
그래도 여름에는 나은편인데 겨울에는 구정무렵에 한번.
제사에 한번. 호되게 앓고나면 그때서야 또 한번.
다섯 손가락안에 꼽힐만큼을 목간하는 사람이니 신기할밖에....
"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뜰랑가? "
사뭇 이기죽 거리는데도 울 서방
웬일이지? 딴지조차 걸지않고 열심히 아래, 위로 물을 뿌린다.
보던 티브이 프로를 마저 보고 있는데
울 서방 샤워를 다 마치었나 보다.
달랑 수건 한개만 고추앞에 걸치고는 밥상앞에 터~억 하니 앉는다.
( 헉? 왜저랴? 오늘 뭔일이 있으려나? 기대 쪼까 해봐? )
공연히 뜨거워 지는 몸을 혼자서만 감추고 있는데.
어쭈구리? 울 서방 한술더 떠서는
" 마니라야 술 없냐? "
" 잉? 술 씩이나? 웬 술을 다 찾는댜? "
" 아무거나 한잔 갖고와라 "
" 히구~ 안주도 없고만..."
또 한번 꽁시랑 꽁시랑
선물로 들어온 양주 한병 짱 박아 놓은게 있어 치즈 몇조각에
얼음동동 가져다 주니 홀짝거리며 한잔을 다 비운다.
ㅋ ㅑ...쥐긴다.
감탄사와 함께 날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 뭐시여? 왜 그랴? "
" 일루와봐라 "
밥상은 발로 저 만치 밀어놓고...
내 팔을 끌더니 흐미~ 뭔일이랴? 이게 시방 뭔일이랴~아?
엎어라~ 누워라 ~ 엎드려라...
주문도 가지가지 한 여름밤에 열기를 월드컵보다 더 뜨겁게 달군다.
" 오늘은 말이쥐...세계일주를 하는거야 "
흠머~ 흐~억....
대전을 출발해 제주도를 거쳐 일본땅으로...
유럽으로 아시아 전역으로 마구잡이로 돌아다녔더니
힘이들고 지쳐만 간다.
" 고, 고, 고만해라이 "
" 왜에? 여행좀 더 해야지 "
인간이... 양주한잔이 아니라 비아그라를 먹었는갑다.
걍 후~다다닥
돌데 다 돌았으면 얼른 집으로 돌아와 편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건데
우쩌자고
끝도 없는 여행길에 올라야 하는가 말이다.
이미 나는 내 볼일을 다 본뒤.
홍콩도 가보고 싱가폴도 가보고 가까이 제주도 까지 다녀와서는
이미 기력이 탈진해 있건만...
하나의 숫말이 된 울 서방.
지칠줄 모르고 앞으로 전진 뒤로 후진을 한다.
" 고마 해라이..많이 묵었다 아이가 "
" 더 먹어 많이 먹어 실컷먹어 "
" 이 짐승같은 인간아 119 불러야겠다 "
" 119는 왜? "
" 이띠~ 불 났단말이다 "
그렇게 그렇게...밤새 실갱이를 얼마나 쳐 대었는지
흑흑~ 이튿날의 내 걸음은 치질 환자마냥...
궁디 쭈~욱 빼고... 어기적 어기적...
우띠 내 다시는 양주, 아니 비아그라 안 줄끼다.
( 히히...그래도 남은술 시원하라고 냉장고에 넣어놨지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