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얘기를 진작 쓰고 싶었어요.
그러나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어디부터 시작해 끝을 마무리 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내 짧은 글로 어머니의 인생을 잘 전달 할 수 있다는 건
불가능 했기 때문이지요.
나의 어머닌 딸 많은집에 세째였어요.
20살 때 중매로 결혼.
28살때 남편을 잃음. 고질적인 병으로...
고만고만 자식셋을 두고 무정하게 돌아가신 아버지.
맏이 인 내가 초1, 큰동생 6살, 막내동생 2살.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꽃상여.
어머닌 상여에 메달려 우시고, 큰동생은 과자 달라고 울고,
나는 그 광경을 봉당에 서서 보고 있었지요.
더운 여름날 나뭇잎은 무성한데,
냇가의 물은 철철 넘치는데,
밭의 보리는 저리도 풍성하게 자랐는데,
아버진 저것들 놔두고 어디로 가시나요.
쩔렁쩔렁 종소리 나구요.
뻐얼건 흙 관에 뿌려지구요.
어이어이 곡소리 구성지구요.
다음해.
어머닌 살 길을 찾아 서울로 떠나고,
막내동생 애기는 뒹골 큰이모댁에 맡기고
나와 큰동생은 외할머니댁에 놓고선
산고개 넘어 울며울며 가셨답니다.
난 매일같이 산고개가 보이는 뽕나무에 앉아
저녁 노을이 질때까지 엄마를 기다렸답니다.
노을이 지고 고개끝이 보이지 않으면
외할머니댁으로 터덕터덕 걸어오곤 했었습니다.
저녘 연기 냄새.
외할머니의 한숨 소리.
쇠죽 끓는 냄새,
외할아버지의 안스런 미소.
나의 외로움의 시작은 이때부터 시작이었고,
나의 어머니의 고생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 했습니다.
그래요. 이제 지난 얘기입니다.
결혼해서 견디기 힘들 일이 있을때마다
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이겨냅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고 슬픈 나날들이 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