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화분이 하나있어
지난 장날에 고추모종을 하나 샀었다.
고추모종을 파는 할머니에게
모종하나 얼마냐고 물었더니 5개 1000원이라 했다.
빈화분이 하나있어 한번 키워보고싶다고
한개만 달라니 그냥 가져가라했다.
꽃이 하나피었길래 지고나면 고추가 달리겠지 했는데
웬걸 꽃대가 시들어 버렸다.
다른꽃이 피면 되겠지 하는데 영 시원찮았다.
오늘 장에가서 그 할머니께 이야기 했더니
거름도 주고, 햇빛도 듬뿍 받아야 하는데
아파트베란다에서는 아마도 힘들걸 하신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부엽토 한봉지를
사와서 뿌려놓았다.
거름본전도 못건질줄 뻔히 알면서도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나중에 어찌 될갑새...
몇년전에 아파트 앞 빈공터에 앞집 할아버지따라
밭을 일구어 상치며,열무를 심었었다.
씨만 뿌려놓으면 되겠지 하고는 느긋하게
생각하고 뜯어먹을 궁리만 하고 있었는데,
앞집할아버지는 아침마다
밭을 돌며 잔돌도 줏어내고 잡초도
뽑아내고, 비료도 뿌리고,새순이 올라오자마자
약도 쳐야했다. 안그러면 자라기도 전에 벌레가
다먹어 얼마 남지 않는다 했다. 비가 자주 오지않아
물도 몇번을 떠다가 줘야했다. 그 정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농사를 어리석게도 쉽게 생각한 나는
앞집할아버지께 밭을 넘겨주고 중도 포기했다.
그뒤로 시장에 가면 채소를 파는 할머니들에게
절대로 더달라하지도, 깍지도 않았다.
농사지어 가지고온 그 채소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일인지 잠깐이나마 체험해봤기에...
화분에 심겨져 있는 고추모종에 한개의 고추라도
달린다면 더할나위가 없겠다.
아까워서 과연 따서 먹을수나 있을까
성급한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