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제법 많이 왔다.
주위를 둘러 보아도 온통 시멘트 건물 투성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비로 인해 watermark처럼 보인다.
내 삶 속에 가려진 빗물같이 하염없는 이야기는 빗물처럼 그렇게 스며 들었다가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행복한 이야기도 가슴 아픈 사연들도 그렇게.
어떻게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하루 하루 가슴 저미고,
매 시간 시간 작은 숙제를 끝내고 위안 삼고, 세수를하고 양치를 하지 않은 찜찜한 기분으로 오늘 하루를 접기엔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고,그리하여 다시 용서하지 않겠다던 늙은 노모를 용서해 버린다.
어제 그렇게 가슴에 못을 박는 소리만 해대더니 지금은 또 방실 방실이다.세살 아이같은 노모를 용서하고 안하고는 또 무엇인가.
노모가 미운것이 아니라 이러한 삶속에 있어야 하는 내 자신이 너무 밉다.나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용서할것인가. 지금 또 심심하다며 어쩔줄을 몰라한다,지금 막 경노당에서 왔으면서.
그러면 바람이나 쐬이러 가세요라는 소리가 목구멍에 걸려있다.
비가 좀 많이 왔으면 한다.
모두 씻어내리게 그리하여 다시는 되새김질 하지 못하게.
비야 비야 내려라 하염없이 내려라.
난 지금 노모를 모시고 바람 쐬러 나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