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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나 한잔 할까?


BY 산아 2002-07-01


"상가 호프집에 가서 생맥주나 한잔 할까?"

어제밤 10시 30분경 애들도 잠들고 월드컵 결승전도 끝난 시각에
남편이 뜬금없이 술한잔 하자고 제의해 옵니다

"그럴까?"
대답하고 슬리퍼를 끌고 아파트를 내려가서 
늦은 밤에 육포한접시와 생맥주 500cc한잔씩을
앞에 놓고 부부끼리 오랜만에 마주앉아 얼굴을 쳐다 봅니다.

남편왈 "한잔 하세"하며 건배를 하자고 합니다.
시원한 생맥주를 한모금 하고 나서 남편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당신 요즘 나를 지켜보면서 불안하지 않았어"
하며 의미심장한 질문을 합니다

남편이 컴퓨터관련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집안에 돈이라고는 한푼도 가져다 주지 않고
오히려 내가 눈치껏 남편통장에 활동비를 넣어주었더니
남편의 마음이 마누라인 나에게 조금은 미안한가 봅니다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고 난 그니의 속마음을 짐짓 모른체하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하면서 남편에게 역으로 질문을 하며 빙긋이 웃었습니다

남편왈 "당신은 나의 어떤점을 믿어?"합니다
"응 난 당신의 사람에 대한 진실한 애정을 믿고
또 절대로 사람을 배신하지 않을 거란 걸 믿고
또 낙관적인 당신의 인생관을 믿고
또 하여튼 그냥 당신을 믿어"

나의 말을 듣고 남편은 빙그레 웃으면서
술한모금을 합니다

밤이 깊어가는 시간에 난 생맥주 500cc한잔을 야금 야금 먹고
남편을 벌써 두잔째를 비워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난 남편에게 

 "당신이 비관적인 인생을 살면
 나도 당신과 같이 비관적인 인생을 살게 되고
 그러면 우리가정이 비관적이 되니까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그렇게 낙관적인 사고를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고
 아직까지도 당신은 능력있은 사람이고 난 당신을 믿으니까
 열심히 살으라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남편도 나에게 듣기좋은 말로 기분을 좋게 해줍니다

밤 12시가 넘어 우린 팔짱을 끼고 나와 아파트 옆의 벤치에 앉아
서늘한 바람을 느끼면서 한밤의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날마다 얼굴을 마주보며 살아도
부부간에 대화가 없이 그냥 습관적인 말만
하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정으로 살아가는 부부간에도 
연애시절처럼 대화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대화를 하고 나면 서로에 대한 결속력도 강해지고
자연스레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되니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도 깊어짐을 느낍니다.

우리 부부도 머리로는 알지만 입으로는 대화가
참 많이 부족했나 봅니다
어제밤 2시간 남짓의 대화로 서로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보이지 않는 찜찜함을 말끔히 씻어내니 말입니다.

앞으로는 아내인 내가 가끔 남편을 
자연스레 대화의 자리로 끌어내는 체질에 맞지 않더라도
여우짓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보처럼 혼자 속으로 끙끙거리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이제는 모든 것을 남편에게 털어놓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편에게 가끔 
"생맥주나 한잔 사줄래요" 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