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묻고 돌아온 날, 시린 가슴 속을 몇잔의 쓴 소주로
거나하게 달군 남편이 어머니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머니가 그렇게 똥을 많이 싸시는 걸 보고 정말 놀랬
어, 잡숫기만 하면 무조건 똥을 누시는거야...
한번은 어머니가 하두 나대서 저녁을 먹으러 나갈 수가 있어
야지. 그래서 병실로 설롱탕 한 그릇을 시켰지.
막 한숟갈 뜨는데 끄응~ 힘을 주시겠지?
미음 넣는 콧줄을 후딱하면 잡아 빼시는 어머닌지라 한손으론
어머니 손을 틀어잡고 겨우겨우 기저귀를 갈고 물티슈로 닦아
드린 뒤, 한숨 돌리고 설롱탕 그릇을 보니 완전히 식어버렸
지 뭐...
이것을 먹어야 돼나, 말아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 버리기도 아
깝고 또 저녁을 굶을 수도 없고...
수저를 들고 국물을 떠넣는데 왈칵 눈물이 나오겠지?
우리 어머니, 나 어렸을 때 어머니 진지 잡수시는데 똥 뿌지직
싸는 나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밥 먹는데 더럽게... 에이, 못먹겠다 이러시지는 않았을거야.
아니, 오히려 우리 예쁜 새끼 시원하지야? 똥도 예쁘게 싸고...
궁둥이 토닥거리시며 다시 수저 들고 맛있게 진지를 잡수셨
을 것이 틀림없어.
우리 어머니가 나 자라는 동안 얼마만큼 많은 기저귀를 갈아
끼며 나를 키우셨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져 참을 수가 없
겠지?
하루 보통 대여섯번 똥을 싸셔도 나는 한번도 짜증나지 않았
어. 어머니가 내 어릴 적 기저귀를 갈아 끼울 때처럼...
어머니 똥기저귀를 숱하게 치우면서 나는 똥이 더럽지도 깨
끗하지도 않는 그냥 물질이라는 걸 깨달았어.
반야심경에 왜 있쟎아, 不垢不淨이라는 말씀...
앞으로 나는 내 도움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없는 노인들
이 내 앞에 있다면 거리낌없이 수발을 할 것같애.
물론 장모님이 그러신다해도 난 문제없이 똥기저귀를 갈아
채울 수 있을거야...
우리 어머니, 일흔아홉 비교적 건강하게 사시다 가시고
사남매 어머니께 하느라고 했으니까 큰 회한은 없어.
당신도 어머니 모실 때 잘 했고...
다만 아쉬운 건 어머니 진정으로 생각하는 효자, 효녀는
없었어.
그냥, 그렇다는거지 뭐...
효자가 왜 없었냐? 당신 있쟎아.
병원에서 저런 효자는 하늘이 내리는 거라고 아주 소문이 자자해
당신 땜에 나만 똥 됐는데...
야간 담당으로 근 80일간 병원에서 출퇴근을 했던 남편은 어찌나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지 명성이 자자했다.
마침, 그 병동 수간호사가 내 친구라 그 애는 내 걱정부터 했다.
얘, 너네 아저씨 못말리는 효잔데 너 볶지는 않어? 어떻게 사니?
저 깐깐한 아저씨랑...
괜찮어, 내가 절대로 말을 안듣거덩...
그래야지... 너네 아저씨 맘에 들게 살려면 제 명에 못죽겠다 얘!
너네 시어머니 아들만 보면 방실방실 웃으신다. 모자가 어찌나
얼굴 맞대고 쓰다듬고 웃고 하는지 우리 간호사들이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얘기한다니까...하하하
그랬다.
남편은 어머니 기저귀 갈고는 어머니 볼을 쓰다듬으며 하회탈처럼
웃었다.
그때는 옆에서 보면서 비윗장이 틀어지곤 했었는데...
어머니 가시고 나니 남편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그래도 우리 남편 회한이 많이 남나보다. 살아 계실 때 좀 더
잘 할걸...
원만행, 꽃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