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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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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BY 심향 2000-11-11

가을은 이제 막바지로 접어 들었습니다.
항시 잠이 부족한 내게 오늘밤만은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간혹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들려 올뿐 사위는 온통 암흑입니다.
나를 밝히는 불빛만이 소리없이 방문을 열고 어둠속에서 이방인처럼 서성이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얼하고 있습니까?

지난 몇해동안 당신의 여린 감성은 계절과는 무관하게
뜬눈으로 지샌 밤이 허다했으리라 나는 짐작만 할뿐입니다.
언젠가 당신은 끔찍히도 사랑하는 사람을 울산에 두고 혼자 오면서
나에게 담담한 어조로 심경의 변화를 들려 주었지요.
차창밖으로 스치는 퇴색된 가을 풍경을 보면서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곳에서 또한 찬란한 봄을 기약했습니다.
길위에서 홀연히 맞은 평온은 그동안 당신이 무수히 흘린 고뇌의 화답입니다.
그날 나는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우리가 나눈 대화는
우리의 우정에 커다란 획을 그어 놓았습니다.
때로는 당신의 간절한 소리를 들어 주기만 할 뿐
그 이상 아무것도 해줄수 없음에 나는 괴로워 한적도 있지만
당신은 그러한 나를 늘 고마워했습니다.
누군가의 다정한 목소리를 못견디게 그리워하는 섬세한 당신
나는 오늘도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맑은 영혼과 곧은 성품을 우리가 닮을 수만 있다면
그러나 부질없습니다. 우리는 아마 흉내조차 낼수 없을테니까요.
가끔은 그대에게 실망을 안겨 줄지라도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 우리는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상처뿐일지라도 세상과 결코 타협할줄 모르는 불굴의 당신
이제 뜨거운 갈채를 보내겠습니다.
최후의 승리는 언제나 당신의 몫이니까요.

당신의 음성이, 당신의 체온이 환영처럼 다가옵니다.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이젠 숙면을 취할수 있을것 같아요.
밤새 쓴 당신의 편지로 이 가을을 하직하려 합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