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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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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같은 사람(茶 나무 이야기)


BY jks0711 2002-06-24

"나무는 한 번 자리를 정하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아.
차라리 말라 죽을지라도 말이야.
나도 그런 나무가 되고 싶어.
이 사랑이 돌이킬 수 없는 것일지라도..."

나만의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내 삶이 살아있는 시간은 당신과 함께할 때뿐입니다.

- 김하인의《국화꽃 향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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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자리를 잡으면 인위적으로 옮기지 않은 이상 스스로 옮겨가진 않는다는 말일진데....

나는 여고시절 생활관에서 다도(茶道)에 대하여 공부를 한적이 있다.
계속 다도에 대한 공부를 하진 않았지만 교사가 되어서 학생들에게 다도를 가르치고 지금도 차를 즐겨 마시고 차나무 가꾸기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여고시절 나의 가정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차나무 이야기는 지금도 생각난다.
'옛부터 여자를 시집보낼때 친정에서 차나무 한그루씩을 함께 보냈는데 그 이유는 차나무는 한번 뿌리를 내리는 곳에서 영원히 살며 혹 옮기게 된다면 그냥 죽고 만다는 것' 이는 일부종사를 주장하는 우리의 유교문화일 수도 있으렸만 다른 나무에 비해 유득 차나무는 살아날 확율이 적다고 한다.

그런데 난 석가헌 땅에 첫삽을 뜨던날 기념으로 학교 기숙사 앞에 내버려진듯(야생) 자라고 있는 작은 모종 다섯개를 파가지고 와서(모종파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차나무의 키만큼 뿌리가 땅밑으로 길게 뻗어 있다) 마당 귀퉁이에 심은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 삐쩍 말라 꼬챙이가 되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그대로 두었는데 글쎄 다음 해 깡마른 듯 죽은 나무가지처럼 볼품없던 가지에 새 순이 돋는게 아닌가. 난 너무 놀라 소리치며 어쩔줄 몰라했다.
" 아! 여기 좀 봐 다 죽은 줄 알았던 차나무가 싹을 틔었어" 윗집도 아랫집도 뭐가 그리 좋으냐며 으아해 했지만 난 연신 싱글벙글하여 차나무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다음 해 본격적으로 차나무 심을 계획을 하고 12월 차나무 모종을 작은 언덕배기 반 그늘이 진 곳으로 차밭터를 마련하였다.
12월 차나무에 하얀 꽃이 필 즈음 동백꽃씨처럼 생긴 잘 여믄 차씨앗을 채종하여 한 봉지를 마련하고 자생으로 자란 차나무 모종(약 10센티 정도)을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으로 살며시 뽑아 (백여그루) 나의 차 밭터로 이식을 하였다.

무등의 생생 부는 찬바람을 맞으며 차나무 생육에 무례한인 난 그저 잘 커주기를 바라며 땅을 토닥거리는데는 우리 학교 일어와 가정과 강사 두 분도 함께 하였다. 나중에 차모임에 뜻을 같이 한 사람들끼리 모여 자연과 함께 차 시음과 음악과 시를 노래하는 풍류객이 되자며 차나무에 꿈과 희망을 실었다. 그리고 난장에 심어진 차나무 둘레에 시누대를 꽂고 비닐 포장을 씌었다. 그도 부족하여 혹 추워 죽으면 어쩌냐 싶어 들녘에 버려진 볏집을 모아와 보온을 위해 모종들을 덮어 두었다.

봄이되어 함께 근무하는 차의 대가라 할 수있는 강도순님께 여러가지 자문을 구하여 지난해 채종한 차 씨를 물에 불려 마사토와 함께 사이사이 차씨를 파종하였다.

심은 지 일곱달이 된 모종과 네달이 넘은 차씨는 도대체 아무런 소식이 없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눈으로 보아 살아남은 차는 열 손가락에 꼽을 만큼 작았다. 내가 너무 조급한 탓일까? 좀 더 두고 봐야지 다음 해에도 나올 수 있을지 몰라.

그런데 이게 왠일이야. 잡초가 가득인 곳을 삽으로 파고 두 손으로 흙을 털며 이리저리 땅을 살피는데 정말 새끼 손톱만한 윤기가 자르르난 진자주색의 새순이 올라오고 있지 않는가. 정말 경이로운 일이었다.
허리펼 틈도 없이 조심스럽지만 미친듯이 잡초를 뽑아주고 주위를 정리하였으나 어느 누가봐도 차밭이라하기엔 웃고지나가 버릴 상황이었지만 난 너무 흡족한 웃음에 밤새 내내 차밭 꿈만 꿨다.

흰 눈송에 노오란 수술을 달고 있는 백색의 차꽃, 봄이면 새의 혀처럼 피어오를 차순, 허리춤에 작은 바구니 달고 차잎따는 나의 초로에 모습까지....
찻물 끓이는 화로에서 부터 내 온몸엔 차향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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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무 기르기 관련 사이트
http://home.megapass.co.kr/~daankal/TEA/namu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