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부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할수없이
세탁소에 전화를 넣었다.
장마가 시작 된건지 바람은 정신 없이 불고
흩뿌리는 비도 장난이 아니기에
막상 바지 네 벌을 가지고 오신 아저씰 뵈려니 죄송스럽기도 하다
항상 쓰신 중절 모자의 빨간 깃털도 여전 하고
세탁물 보다 먼저 아저씨의 입담이 먼저
ㅡ축구,,정말이지,듀기지요?(경상도 아저씨)
내가 요즘 그 맛에 산다 아입니까..
얼굴이 형편 없다면서 어디 아프냐구
아저씬 일일이 한 말씀 하시곤
~~~~~~~축구,,화이팅!!
아저씨의 방문은 항상 즐겁다.
환갑이 훨씬 넘으신 두 부부가 항상 같이 바지를 다리고
티격태격 말 다툼도 하시고
작년 여름 휴가는 아저씨 혼자서 오토바이로 포항까지 가셨다나..
무뚝뚝한 경상도 특유의 말투 이지만
동네 누구네 집에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도 훤하시고
암으로 한 아줌마가 세상을 버렸을땐 보는 사람마다
재미있게 살아라고
건강이 제일 이라고
며느리 화장품 부터 속옷까지 다 챙겨주시고
이번엔 집도 사주셨다고
듣는 나를 배 아프게도 하신다.ㅎㅎㅎ
아침 마다 동네 사람들 시끄럽다고
그 흔한 세~~~타악
크게 소리 치면서 세탁 걷으려 다니신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래도
그 세탁소에 손님이 끊이질 않는걸 보면
아저씨의 성실 하심과
일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아는 이가 많기 때문이 아닐런지..
추운 날
겉옷을 깜빡 잊고 시장을 가게 되었을때 아저씨께서
ㅡ추운데 클난데이
드라이 해 놓은 오리털 파카를 선뜻 걸쳐 주시면서
더러워 지면 세탁소인데 뭔 걱정이냐구...
세상이 각박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 아닐런지
모든 것은 자신으로 부터의 출발이란
세탁소 아저씨의 말씀에
어설프기만 한 나를 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