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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나갔을까


BY 칵테일 2000-11-10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나갔을까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전래동화.

<나무꾼과 선녀>

사냥꾼을 피해 달아나던 사슴을 숨겨주고,
그 사슴 덕분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의 옷을 훔쳐
결국은 선녀를 아내로 맞는
그야말로 복이 넝쿨째 굴러온 운좋은 사나이.

그렇지만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는 절대로
선녀의 날개옷을 어디에 감추었는지 알려주지 말라는
사슴의 간곡한 주의사항을 인정에 이끌려 어겼던 사람.

아이를 둘이나 낳고 나서
"꼭 한번만 그 날개옷을 입고 싶다."고
나무꾼에게 사정하여 그 뜻을 이루고는
아이둘과 함께 흔적도 없이 나무꾼을 떠나간 선녀.

물론 그 뒷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어찌어찌 선녀의 행방을 알고,
하늘에서 내려준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따라 올라간 나무꾼이
재회한 가족들과 한동안 잘 살다가
지상에 두고온 어머니생각에 잠시 땅으로 왔는데....

뜨거운 죽이라도 조금 먹고 가라는
어머니의 간곡한 청을 못이겨 먹다가 죽을 쏟고..
그 뜨거운 죽에 놀라, 하늘로 다시 태워갈 말이
혼자서 도망가버리고.....

그래서 나무꾼은 수탉이 되어
지금도 지붕위에 올라가 하염없이 운다는 것.

어느 전래동화가 그러하듯,
사뭇 여운을 남기는 그런 내용의 동화다.

그런데 내가 결혼을 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자꾸만 그 선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거다.

아이를 둘이나 낳고 살 정도의 세월이면,
그 나무꾼과 정도 어느만큼 들었을텐데,
어찌 하루 아침에 낭군을 떠나갈 수 있었을까.

하늘로 올라간 뒤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작위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버린 걸로
그 내용은 이미 마무리가 된 게 아닌가싶다.

지극히 한국적이게도 그 뒷이야기속에서는
영락없이 시어머니(나무꾼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게다가 결국 아들과 며느리를
영 생이별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비록 자의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어미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야,
예나 지금이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마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의 자식사랑이
못내 아들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 되었음에야.

그러나 내가 진정 궁금한 것은
하늘로 간 선녀의 마음이다.

선녀는 정녕 왜 나무꾼을 떠나갔을까.
아무리 하늘의 사람이라고는 해도,
부부 인연을 맺어 살가운 정을 나누고 살았는데.....

부부문제는 흔히들 그 부부외엔 모른다고 한다.
아마도 선녀에게도 말 못할 속사정이 있지는 않았을까.

착한 나무꾼이라고는 해도,
선녀와 여러가지 수준차이가 나지는 않았는지.

살아온 환경이 너무도 다른 이들이 만나서,
아무리 부부로 살을 맞대고 산다해도
절대로 좁혀질 수 없는 거리감에서였을까.

아니면 고부갈등때문이었을까.
그 시절엔 누구나 부모를 모시고 살던 세월이니,
당연히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을 테고.....

그 옛날 시집살이야 하늘나라 선녀가 견디기엔
너무 가혹하고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어쨋든 미련없이 낭군님에게 말한마디 안남기고,
홀연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버린 선녀가
아주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나무꾼이 선녀가 좋았다고는 해도,
남의 옷을 훔쳐서 어쩔 수 없이 아내가 되어버린
선녀 입장에서 과연 그 생활이 행복했을까.

인류가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로 날아가는
현 세상에도 그처럼 황당한 일은 많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또는 성폭행으로,
아니면 아예 반강제적으로
어쩔 수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 처자가
어디 이 조선 천지에 한둘이던가.

사랑으로 시작해서 이루어진 결혼이 아닌 바에야,
그 선녀에게 나무꾼과 함께 한 세월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어느 때든 돌아갈 날을 꿈꾸다가,
홀연 나무꾼을 떠나간 선녀에게.....
묻고 싶다.

정녕.... 무엇이 당신을 떠나게 만들었느냐고!

왜그런지 모르게 그 누구보다
선녀의 심정을 잘 알수 있을 것같은,
나인 것 같기도 하고......


칵테일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나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