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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야하는 이유


BY 지따 2002-06-24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야
더 말할 나위없이 모두들 공감을 할 거라 본다.
말을 할 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이나
실언에 대한 경계의 중요성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그러나
나는 말을 아껴야 하는 상황보다는
지금처럼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말들을 쏟아내고
온갖 말들이 난무하는 세상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
술자리가 좀 시끄러우면 어떠한가.....
서로 주장을 펴다가 좀 언성이 높아지고
때론 주먹다짐이 생기면 어떤가....

유교적인 관념속에 말소리가 담을 넘어 가서는 안 된다는 소릴
들었던 우리네 여인네들...
여자가 할 말을 하고 살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소릴 들어야 하지 않았나.

어린이나 여자들같이 약자의 의견이나 존재가 존중되지 않고
그 외도 약자의 의견은 감히 내는 것 자체가
불손하고 무엄하다고 치부되는 사회에서
누구나 자기 하고픈 말을 하기 시작한 지금,
나는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대한 한가닥
희망줄을 보는 사람이다. 너무 많은 말말말들 가운데
쓰레기도 있고, 잘못된 정보도 넘 많겠지만,
잘못된 정보에는 또 신속하게 정정하는 글들이 따라 올라 오고.....
적어도 우리에겐 판단의 근거가 많고
판단은 내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이제 주어진 것이다.
많은 예를 들지 않아도
지난 군부독재 시절.....얼마나 우리는 정보를 차단당하고
살았으며, 그리하여 때론 광주시민이 폭도인 줄 알았고
데모하는 학생놈들은 다 바다에 빠뜨려 죽여야하는
빨갱이들인 줄 알 지 않았던가....적어도, 우리동네의
연세 많으신 노인네들은 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말의 공해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 많이 본다.
하지만, 언로가 막힌 사회야말로 진정 병든 사회이다.
사람이 할 말을 못하게 되면, 억장에 멍이 들고
가슴이 무거워지며, 삶의 의욕과 자신감이
수직으로 곤두박질치게 되어있다.
우리나라, 아는 사람 다 알고 있는 여성의 지위에 대한 문제,
결혼제도의 불합리함, 호주제의 폐지문제....왜
빨리 진척이 안되는가??
바로 언로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시집에서 입을 열면 거의 무조건 당돌하다며 아직도
친정에서의 교육이 어쩌고 하는 게
우리 사회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틀렸을 경우
당당히 교사의 잘못을 학생이 지적하다간
건방진 놈으로 찍혀서 남은 학교생활이 고단하기
십상인 것이 안타까운 작금의 현실 아닌가?
유난히 나이에 대해 뭐에 대해 위계질서를 따져대며
아랫사람, 부하직원들에 대해
같은 인간으로, 동등한 말할 권리를 거의 인정치
못하는 게 우리 사회이다.
인터넷에서나 겨우 열린 우리의 언로.....
이제 세상속으로, 우리의 사회 곳곳으로, 각 가정으로
뛰쳐 나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기가 살고, 나라의 기가 살고
정치와 교육이 바로 설 수있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가정에 파탄이란 극한 상황이 절대
쉽게 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말 할 때 라고 하면 또 가정파탄이나 부추기는 파괴범으로
몰아가거나 우리의 전통문화를 폄하하는 또다른 사대주의자라 제발
곡해하지 말았음 한다.

영국에서 영어를 배워보니, 유럽의 여러 여성들....정말
적극적이고 대부분 굉장히 자신감있고 당당한 태도들을
가지고 있더라만,
우리나라 여성들...영어지식이 그들보다 절대 딸리지 않아도
입 한번 여는데 몇개월이 걸리는 건 기본이다.
절대 질문이 없다. 수업참여에 아주 소극적이다.
우리의 학교생활이 그대로 연장되는 느낌이 들 지 않는가?
나중에 대부분이
포기하고 나가 떨어진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똑같이 키우면서 영어 무지 잘하라고 요구한다.
영어는 말이다. 닫혔던 입으로 영어만 줄줄 말할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 정치인의 수가 극소수라고 분개들 한다.
하지만 적은 게 당연하다. 왜? 스스로들 정치를 하겠다
적극적으로 뛰어들만큼, 그리고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신의 올바른 주관을 강하게 지켜나갈 수있는 용기있는 여성,
남성과 맞 서 입을 열어 포화를 터뜨릴 수 있는
배짱있는 여자가 우선 너무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머리로야 절대 남자에 뒤지지 않겠지만....국회로 가기전에 내 가정에서부터 주체적으로 자신의 말을, 자신의 느낌을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살아있는 아줌마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나라의 많은 아줌마들은 적어도 반 쯤은 죽어 있다면 나의
극단적인 느낌인 지......

개인적으로 가끔 텔레비젼에서 영국의 국회에서
토니블레어 총리가 야당에 의해 집중 공격내지 질문을 받고
말 그대로 침을 튀기며 얼굴이 벌개지도록 열변을 토하며
자신의 공적을 설명하고, 야당의 공격에 응수하는 것을 보며
영국에선 총리도 참 피곤한 직업중 하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국 사람들...신사란 이미지 대로 평상시 참 조용하고
겉으로 감정도 잘 안 드러내고 아주 친절들 하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라. 이 사람들....세계적으로 자기들 손으로
자기 왕을 처형하기고 했고, 귀족만 잘 먹고 잘 사냐, 실제로
일하고 돈 버는 우리도 잘 먹고 잘 살자고 왕에게
할 말 다하며 정면도전하여 최초의 민주주의을 이끌어 낸
사람들이다.영국 사람, 평소와 달리 무언가 이건 아니다 싶은 경우
갑자기 당하는 사람이 뒷통수 맞은 느낌이 들만큼 돌변해서
소리치르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다.
우리처럼 큰소리날 까 무서워 싸움 날까 무서워 눙치고
둥글리질 절대 않는다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자랐다. 우린
비겁할 수밖에 없게 길들여 졌다. 그러니 정치인들도
남의 나라에다 제대로 할 말을 못하고, 우리 국민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다 말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키워졌고, 살아왔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싸울 줄 아는 정치인, 흥분하고 욕도 하는 정치인을
위선적인 위엄의 탈을 쓴 정치인보다는 선호한다.
적어도 불의에 대해 참지만은 않을 것이고
남의 나라 꼰대역할만 평생 하진 않을 것 같아서이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글이던 말이던
사람 생김 천양가지이듯 서로 다른 생각과 말들이
자유롭게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사회, 말 한 번 잘못하거나
남과 다른 생각을 표현했다고 국외로 추방당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만가지 언로가 다 열려 있는
회생하는 우리나라가 되길 희망한다.
공자는 더 빨리 죽여야 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는 남의 말을 많이 들어 주는 현명함을 강조하기보다는
할 말을 할 수있는 용기와 적극성을 키워주는 사회로
지향되기를 바란다. 좀 혼란스럽고, 좀 시끄러운
과도기를 거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