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간사한 동물이 또 있을까?
사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저 몸만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라고
그리고 인생은 경험이 중요하니 경험삼아 나가보라고...
그랬던것인데.
내 마음 역시도 그런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나보다.
하루종일 가슴졸이며 그렇게 보냈는데...
남편도 아마 결과가 궁금했나보다.
잘 하지 않던 전화를 해서는 아이의 안부를 물어본다.
" 아직 안들어왔어. 그리고 기대하지마. 다치지만 않고 오면 되잔아 "
하는 내말에 남편도 역시 맞 받아친다.
" 내가 뭐라 그러니? 난 그냥 애가 왔나 안왔나 그게 궁금해서 그런거지 "
그렇게 전화를 끊고
자꾸만 전화기로 내 시선이 가는것은 어쩔수가 없다.
학원으로 전화를 해도 관장님께 전화를 해도..
아무도 받지를 않기에 궁금함에 혼자 끙끙 앓고 있는데
드디어 딸년에게서 전화가 온다.
" 엄마 "
" 웅, 그래 다 끝났니? "
" 당근 끝났지...여긴 아직도 충무체육관이고 이젠 집에만 가면돼 "
" 그렇구나... 근데 결과는 어떻게 됐니? "
" 결과? 당근 아무것도 없지 "
아이는 너무도 당당히 그리고 밝고 경쾌하게 결과를 얘기한다.
그때의 그실망감이라니...
" 다친데는 없고? 점심은 먹었고? "
재차 묻는 내게 아이는 씩씩하게도 잘도 대답을 해 준다.
" 내가 왜 다쳐? 그리고 점심은 먹었어 "
" 그래... 전화끊자 "
사실 기대는 안했다고 해도
난 적어도 아이가 내게 미안해 해줄줄 알았다.
좋지않은 결과에 대해 풀죽은 목소리로 말을할줄 알았는데..
그러면 엄마로서 괜찬다고 따뜻히 말해주리라 생각했는데
아이의 너무도 당당한 말투에 은근히 화가 나며 괘씸하기까지 하다.
도데체 몇년인가 말이다.
한가지일을 그렇게 오랜시간을 해 왔으면
무언가 지금쯤은 답이 있어야 할텐데
도무지 진전이 없다.
무엇이던 야물딱지게 하는것이 없는 내 딸아이가...
그저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그리 살아가는 아이가
오늘만큼은 너무도 밉다.
생각이라는것이 있는 아이인지...
욕심이라는게 있는 애인지
알수가 없다.
그냥 출전만 해봐
그렇게 가벼이 말은 했어도 금메달까지는 아니어도
순위안에만 들었어도 이리 서운치는 않을텐데.
이래서 사람은 간사하다고들 하나보다.
메달도 트로피도 필요없으니 몸만 다치지 말고 무사히 와 달라고
조금전까지 그렇게 빌었던 내가
막상 결과가 나오니 이왕이면...하고 생기는 욕심은 뭐란말인가?
" 엄마, 난 분명 최선을 다했다 "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에게 난 시원스레 그래! 넌 최선을 다했지.
라고 말해주지를 못했다.
그냥...서움함만이. 그리고 아쉬움만이 그렇게 밀려온다.
그래도 잘했다고...그렇게 말해줘야하는데
그게 엄마인데
난 왜이렇게 화가 나는걸까?
이글을 쓰고 있는 방금전 아이가 도착을 했다.
생글거리며 평상시처럼 즈이 엄마에게 장난을걸며 들어오는 아이가
왜 그리도 미워보이던지.
조금 사그러 들었던 부아가 다시금 치민다.
" 저리가서 씻어 그리고...저녁먹을 준비해 "
내 목소리에는 조금의 따뜻함도 없이 냉냉하기만 하다.
내 귀로 듣는 내 목소리가 말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경기는 끝이났고.
다시는 오늘이 돌아올수 없는것을.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남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그나저나 남편도 많이 속 상해할텐데...
무어라 말을 하나?
미웁고 서운한것은 그런거고 배?樗뼜姆?얼른 저녁이나 줘야겠다.
금메달을 약속하고 나간 녀석에게 배신감이야 들지만...
부모는...이렇게 자식을 키우며 속고 배신당하고 실망하고...
그렇게 사는가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이 에미의 가슴에 기쁨을... 행복을 한껏 갖어다줄 날도 있겠지.
휴~~~ 그날이 언제이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