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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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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


BY my꽃뜨락 2001-05-03



남편의 이종사촌동생, 그러니까 내게는 시동생 자리가
되는 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이 한참 아래고, 하는
짓도 귀여워 시동생이나마나 친동생처럼 해라 하는 사
이다. 그래 하는 일은 잘 되고 돈 잘 버냐? 했더니 한
숨으로 대답한다. 형수, 되는 일없어 죽을 지경이요.

이모님 안부 물었더니 그 노인도 돌아가실 지경이란다.
작은 아들 집에 사시던 아흔셋 시어머니가 큰아들 집
으로 오셨다는 뉴우스다. 이모부 하나 두고 재가한 시
어머니인 탓에 잊고 살았는데, 돌아가실 때가 되니 매
일 큰아들 보고 싶다고 우셔서 아버지 다른 동생이 모
셔왔다니 그 노인 돌아가실 때까지 꼼짝없이 이모님
차지다.

이모는 우리 어머니 돌아가신 후, 차마 내게는 뭐라
못하시고 큰동서에게만 찍는 소리를 해댔다. 그래,그
년 시엄씨 죽었으니 입 찢어졌겠다? 돈벌이 한다고 시
엄씨 본척도 안하더니 시엄씨 묻고나선 여우 낯반데기
하고 싸질러 다니든? 말끝마다 오금을 박더니, 당신이
그 꼴이 된 것이렸다.

눈도 안보이고 귀도 먹은 할머니가 그래도 용케 큰아
들 며느리는 알아본다고 신기해 하는 시동생이 하소연
을 한다. 할머니 때문에 엄마가 나와 애엄마에게 짜증
만 내서 죽겠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모실 수도 없고...
오신지 세달 됐는데 엄마가 아버지한테 매일 악쓰고 난
리에요. 삼촌네로 할머니 다시 모셔 가라고. 아버지만
엄마 등쌀에 못살 지경이지 뭐...

유유상종이라고, 늙은이 설움 늙은이가 알아주는 법이
라지만, 그것도 형편 따라 사정이 달라지는 법. 고부
사이란 나이가 상관없다. 아무리 젊은 여자라도 부양
할 시어머니가 안계시면 노인문제에 애정과 동정이 넘
쳐 흐른다. 노인 짐스러워 하는 인간들은 사람도 아니
라는듯이.

그러나 우리 이모님처럼, 시어머니 박대하는 며느리년
침튀기며 욕을 하다 막상 당신이 그 꼴이 되고보니 우
리들 소가지와 별반 차이가 없으니. 인간이란 동물은
제가 겪어봐야 비로소 그 고통을 알게 되는가 보다.

그래서 속 깊은 옛어른들이 그렇게 말씀하셨겠지? 입
찬 소리는 두 손, 배위에 얹은 다음 하는 법이라고...

꽃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