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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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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그대향기 - 1


BY miss-you 2002-06-19

'남자애가 왜 그렇게 향수를 진하게 뿌리고 다니니?' 하는 물음에
'인간도 동물이어서 시각, 촉각 같은 다른 감각보다 후각이 오래
기억된데...네가 날 떠나서 내 이름, 내얼굴을 잊더라도 나의 향기는
오래 기억에 남을거야' 했었다

그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대학시절 교회에서 나를 참 이뻐해주던 오빠가 있었다
그 오빠는 나를 만나러 올때마다, 쑥스러워서인지,
한 남자후배를 항상 데리고 왔었다
그의 대학이 나의 학교와 참 가까운 학교여서
자연적 우리는 공유할것이 많았고 축제때가 되면 서로의 파트너를
대신해 주었다
그래도 우리는 항상 우리 사이에 있는 그 오빠를 신경쓰지 않을수
없었다
난 그오빠의 나를 향한 마음을 받아줄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오빠를 무시한채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보일수도 없었다
그역시 나를 친구이상으로 생각하고 가깝게 지냈지만
나를 사랑한다고 표현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우리사이는 3년 동안이나
친구도 연인도 아닌 사이로 유지 되었다
그러다가 그가 6개월짜리 단기 연수로 미국을 가게되었다
그동안 졸업반이 된 나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선을 보았고
나를 확실하게 사랑해주는 남자에게 끌려 약혼을 하게 되었다
약혼식 전날 교회에 가서 나의 앞날을 위해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근처 찻집에서 오랫만에 마주 앉은 우리...
예전처럼 편한 친구일수 없었다
그가 나를 강하게 잡아주지 않았기에 새로 다가온 약혼자에게 끌렸음을 고백했고 그역시 그런 나를 이해해 주었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나의 약혼을 축하해 주었다
'행복해라...'하고 뒤돌아서는 그의 모습을 난 지금도 잊을수 없다

결혼식을 마치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시간에
교회친구들 사이에서 난 그를 찾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비디오사진을 보니 하객뒷편에서 혼자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를 발견할수 있었다

그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것을,
나의 남편과 결혼한것을 후회하는것은 아니지만
가슴 한켠이 참 아파왔다

지금 다시 그와 친하게 지내던 그시절로 돌아간다해도
그와의 사랑을 결혼이라는 결실로 맺을수 있을거라고 자신할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나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기에
나의 마음 한켠엔 늘 그의 자리가 남아있다

그로부터 몇년후,
백화점에서 익숙한 남자 향기를 맡았다
그가 즐겨쓰던 그 향수가 쓴 누군가가 지나갔던 흔적이었다
졸업후 유학을 갔다는 소식을 들은터라 그가 그 백화점에 있을리
없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나도모르게 그 향기를 따라 가고 있었다
물론 거기에서 난 그를 만날수는 없었지만
그 익숙한 향기로 인해 생활속에 묻혀있던 나의 첫사랑에 향한
마음이 되살아났다


'나의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을만큼 세월이 흐른다해도,
나의 향기는 오래도록 너의 마음속에 남아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