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날 아침, 일찍 일어나 바글 보글 찌게 끓여 흑미에 조, 수수 구색 맞춰 넣고 따끈한 밥상 대령 하였으나 전날 사소한 언쟁으로 시작된 칼로 물베기란 부부 전쟁(?)의 찝찝함이 남아 서인지 한술도 안뜨고 휘릭릭 나가 버린 내 남자~~
차려진 밥상을 우두커니 바라보니 왜그리 열이 나던지~
나도 그냥 화내고 이불 쓰고 누워서 출근길 쳐다도 안보고 그리 보낼것을 괜시리 억울한 생각마저 스르르 곰실 거리고...
그날 하루가 그런 마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도 아이들은 둘다 중간고사 공부하느라 귀가가 늦어지고 홀로 거실에 앉아 할로겐 등불 밝히고 그리 있으려니 처량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글품 마저 밀려 들었다.
이제 시작인가?
40대 중년의 이 쓸쓸함이 말이다.
고독과 친구하며 그렇게 턱고이고 있을때 시계는 어느새 9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조용한 시간이라 그런가 전화벨이 아주 우렁차게 울렸다.
여보세요~~ 접니다
저예요
어머 누구세요?
왠 모르는 아자씨(?)의 음성이 반갑게 접니다를 외치고 있엇다
그러면서 갑자기 사부인 그런다. 어머머 사부인?
알고보니 아침에 골부리고 나간 내남자의 친구가 아닌가?
낯 설은 목소리라서 느닷 없는 접니다 소리에 그만 우리 아들 아이 학교 선생님 음성과 비슷하기에 아~~ 선생님이세요?
네에? 잠시 그남자 놀라면서 저라구요~~
앗! 나의 실수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때야 성함을 알려주며 누구라고 하는게 아닌가~~
나오란다 우리집 그 벤뎅이님과 함께 지금 술한잔 하고 있다가 사부인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한것이란다.
지금 대학교 1학년 아들이 있는데 고1인 우리딸이 맘에 든다고 사돈 하자고 하면서 너스레를...
아마도 짐작하건데 우리집 남자가 친구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분위기를 가늠하고 아마 지원 사격을 하러 출장을 오려 함인가 보다.
서울대 사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두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밤 말이다.
가까이 내가 다가 서자 두남자 동시에 무지 반가워 한다.
아침 나절 그렇게 찬바람 안겨 주고 나갔던 그남자도 아울러 그남자의 친구도 함께 말이다.
이미 직장 근처 명동에서 일차를 하고 왔는지 두남자 다 약간은 취기가 여울져 있었고 찾아든 음식점서 다시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오십세주(백세주 한병에 소주한병을 썩어마시면 오십세주 ㅎㅎㅎ)를 셋이서 주거니 받거니~~
그때 우리집 남자가 즉석에서 가까이 사는 자신의 여자 친구를 불러 보자고 한다.
그럼 지금 부터 내 남자의 여자 친구에 대하여 잠시 수다 하련다
울 남자의 여자 친구는 그러니까 둘이 아니 나까지 셋이서 인연이 된것은 3년전이다
그녀는 우리 아들이 고등 학교에 입학 하면서 알게된 같은 반 학부형인데 그녀가 주는 첫인상이 어찌나 상큼하던지 지금도 3년전 그녀가 학교에 학부형 회의가 있던날 교실 뒷문을 열고 하얀 이를 드러 내며 다가오던 그모습이 아련기만 하다.
그런 인연으로 그녀를 알게 되고 아이들 문제로 서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가아끔 우리 남자와 동행을 하게 되었고 확트인 시원 시원한 그녀의 구김없는 성격이 장점으로 다가왔는지 우리 남자는 공식적 허가를 얻어 여자 친구로 등록했었다.
그런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 마침 시간이 있다면서 그녀가 쪼르르~~~
어려움이 닥쳐도 늘 환하게 웃으며 헤쳐나가는 그녀는 직장 생활 까지 하면서도 늘 밝고 명랑하다.
최근에는 10년 가까이 타던 낡은차를 던져 버리고 유지비 적은 차로 바꾸었는데 오디오 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그녀와의 드라이브는 정말 즐거움~~
그런 그녀의 성격 탓이런가 처음본 내 남자의 친구와도 금방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놓더니 늦은 시간이라면서 그녀는 자기 차로 목동에 사는 내남자의 친구분 아파트 까지 기사가 되겠다 자청 하고 서울대 사거리에서 목동까지 가는길 정말 즐거운 여행길이 되었다.
겉으로 보면 그녀는 아주 차거운 이미지가 있어서 100m전에서 바라 보면 거의 클래식 아니면 가곡만을 선호 하여 그녀가 새로 장만한 차에는 누구 누구의 교향곡 몇번이나 아니면 가고파라던가 비목 같은 가곡이 물결 칠 것 같으나 일단 그녀의 차에 오르면 그런 상상이 쨍그랑 접시를 깬다.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녀는 언제나 뽕짝을 사랑한다
일명 트롯트 말이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능숙한 그녀의 운전 솜씨와 어울어진 뽕짝이 너무나 순간 순간 황홀까지 느껴질 정도이니 아마 나도 40대 중년 뇨자임에 틀림 없나 보다
트롯은 우선 흥겨움에다 노랫말이 주는 인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인가?
뒷자리 앉은 두남자는 노래에 맞추워 연신 박수를 치면서 어마나 ㅎㅎㅎㅎㅎㅎ 마치 관광 버스인줄 아나봐~~~~~~
늦은 시간이라 그런가 서울의 거리는 복잡하던 낮보다 훨 가벼워지고 그런 서울의 밤거리를 40대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희리릭~~
목동에 다다르자 파리 공원이 보였다 .석가 탄실일 전날이라 길가엔 등불이 대롱 거리고 먼곳 까지 너무나 즐겁게 태워다 주셔서 고맙다면서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꼬옥커피 한잔 대접 하겠다면서 안내를~~
아주 자그마한 까페였는데 정말 향좋은 원두 내음이 그득 해서인가 마음마저 차분해지고 조금전 차안에서 흘러 나오던 그 트롯과는 반대의 음악이 잔잔~~
커피향에 취하여 트롯에 취하여 40대 남자 40대 여자는 4월의 마지막 밤을 그렇게 보내고 목동까지 내 남자의 친구를 배웅 하고 오는길 내남자는 행복한 듯 술에 취해 잠에 취해 노곤하게 잠들어 있고 나와 그녀는 또 다시 뽕작이 주는 그런 묘미에 첨벙거리고 있었다.
그날 밤 그런일이 일어 났었다
사월의 마지막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