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늦잠에 빠져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어제 늦도록 시누이들이 몰려와 (시누이 셋 )
저녁도 먹고 소주도 마시고...하다보니 오늘 아침은 눈 뜨기가 쉽지를 않았다.
누굴까?
이른 아침부터 수다 전화는 아닐꺼고.
혹시? 언니가?
두근 거리는 가슴에 수화기를 드니 큰 오빠의 달뜬 목소리가 들린다.
" 자는데 깨웠구나 "
" 아니, 괜찬아요. 근데...무슨... "
묻는 내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떨려나온다.
" 언니가 말이야. 눈을 떴어 "
" 어~언제요? 의식이 돌아온 거예요? 사람은 알아봐요? 말은 해요? "
쉴사이 없이 나는 오빠에게 묻는다.
" 아니, 그냥 눈만 떴어 어제 말이야. 말은 아직 못하고
사람은 알아보는거 같아 "
" 네~에. 다행이네요 "
그랬다.
그냥 다행이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엊그제 토요일에 난 서울에를 올라갔었다.
사촌언니의 아들이 결혼을 한다고 하여 큰 언니의 병문안을 겸해서
작은오빠의 차에 동승을 하고는 서울에를 올라간거다.
그때 가서 본 언니의 모습은...
정말이지 살것 같지가 않았다.
얼굴은 수술 바로 후의 모습 그대로 퉁퉁 부어있었고
멈추지 않는 코피로 인해 얼굴엔 여기저기 핏자국이 나 있었다.
그런데다 음식물을 투입하기위해
목구멍은 구멍을 뚫는 수술도 한번 더 있었다하니...
그냥
바라보는 내 눈에는 다시는 언니가 깨어날거 같지 않았었다.
언니의 의식은...
어디에 있는건지.
어디에서 헤메이고 있는지
도통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거다.
오빠에게 말은 안해도
난..
언니가 가망이 없이 보였다.
저런상태로 저러고 있다가...
어느날 문득 저 세상으로 그렇게 홀연히 떠나버릴것만 같아
자꾸만 조바심이 쳐졌다.
예식장에서도, 밥을 먹는 식당에서도
언니의 부어있는 그얼굴이 자꾸만 누앞에 아른거렸다.
안부를 묻는 친척들의 말도 귀에 안 들어오고
자꾸만...예식장 어느한곳에
혹은 식당 어느한귀퉁이에서
언니는 나를 부를것만 같았다.
언니가 그러고 있으니 집안의 제일로 큰 오빠가 참석을 할수 없었고
큰집의 대표로 작은 오빠와 암을 앓고 있는 작은 언니도 참석치를 못하고
나와 조카딸, 그리고 손자만이 그렇게 축하를 해 주었다.
병원비도 만만치 않게 나올텐데...
큰 오빠는 걱정을 했었고.
사업의 부도로 인해 큰집까지 갔다온 사람이라 (교도소 )
오빠의 수중에는 돈이 있을리 없었다.
남편에게는 말도 하지 못한채
보험회사에서 약간의 돈을 대출을 받아
오빠의 손에 쥐어주니
오빠는 그냥 고맙다는 말만을 한다.
당연히 남편에게 의논을 하고 도와줘야 하겠지만..
?告?
말을 할수가 없이 그냥 눈치만 보아진다.
딱히 무어라 얘기는 안하겠지만, 아니 도와주라고 말을 할 사람이겠지만
왜 친정일에는 돈을 쓰는것이 눈치가 보이던지.
아마도
거꾸로 시댁의 동기간이라면
생색까지 내 가며 도움을 주었을텐데..
마음이 개운치는 않다.
오빠는 그돈으로 일차의 병원비를 지불했다고 한다.
그러며
언제나 네 신세를 갚을수 있을는지...
말끝을 흐린다.
오늘 걸려온 오빠의 전화에는 분명 희망이 보였다.
의식은 돌아온거 같은데
이젠 몸까지도 가뿐하게 돌아왔으면
욕심을 내본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말씀대로 옛말하고 살았으면...
가깝기나 해야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이라도 해 볼텐데
마음뿐.
서울까지 쉽게 달려가지는 못한다.
주부라는 이름이, 아내라는 이름과 엄마라는 이름이
나를 쉬이 서울로 내몰지는 못한다.
주말에나 한번 다녀올까?
내가 서울에 올라가 언니를 보았을때는
스스로 일어나 걷고 말하고 반겨주었으면...
그래서 오늘도 옛일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