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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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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능력이 부족한 나.......


BY 사과나무* 2002-06-12

회사를 옮겼다. 항상 아르바이트로 한두달씩 회사를 다니다가 정직원으로 채용한다기에, 또 내가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계속 같은 계통의 일을 하였기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나서 이제 10일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회사들은 조그만 회사들이어서 가족적인 분위기에 좀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눈감아주고, 돌봐주는 그런 곳들이었다. 여기는 좀 다르다. 유창한 영어에 업무에 숙련된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이었다. 영어는 좀 하지만, 영작과 회화를 능숙하게 하기에는 아직 멀었기에 첫날부터 헤맸다. 첫날부터 실력없다는 소리듣고, 나이많은게 자랑아니니까 자존심 버리라는 얘기 듣고, 공부 좀 해야겠다는 핀잔 듣고, 외국인과 통역할때 잘 못알아들으니까 외국인은 외국인대로 왕짜증이다. 윗사람들은 대놓고 실력없다 그런다. 며칠동안 내 나이땜에 울고, 자존심 상해서 울고, 실력을 쌓지못한 내 게으름에 화나서 울고....사실 남편 병수발들면서 무슨 공부를 할 여유가 있었으랴만은 여태까지 남편이 간 후의 막연한 걱정만 했지..내 아들과 살 궁리는 미처 못했었던 것에 억울해서 울었다. 입사 열흘만에 실력없으니까 실력부터 쌓으라는 얘기와 함께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로 전락했다. 그래도 나는 감사한다. 일단은 회사에서 그만두라는 소리 안한것에 감사하고, 기회를 넉달동안 줄테니 공부하라는 배려에 감사한다. 이제 난 자존심이라는 거 버리기로 했다. 자존심은 밥먹여주지않는다. 나보다 10살이나 어린 친구들과의 경쟁이 힘들긴 하지만, 이제부터 나는 시작이다. 그래도 체계적인 회사에서 어렵게 공부할 기회가 있으니, 그리고 쫓겨난 건 아니니...내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그래도 우울하고 슬펐다. 너무나 슬퍼서 퇴근길에 운전하면서 엉엉 울었다. 온실안의 화초처럼 남편의 보살핌을 받고 살다가 일이년 사이에 나는 세상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었다. 아이를 쳐다보면서 삶의 강한 의욕을 느끼기도 하지만, 너무나 외롭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꿈에 보였다면서 항상 나를 생각한다는 친구의 메일을 보면서 울고, 너무 힘들다고 메일 쓰면서 울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내게 위로가 되지않음은..내가 그만큼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는 뜻일것이다. 너무 힘들다. 하지만, 난 새로운 인생의 어귀에서 치열하게 살 준비를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