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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뜰에 핀 노랑 매미꽃


BY 들꽃편지 2002-06-13

내 뜰에 핀 노랑 매미꽃

광릉 가던 길...
돌틈 사이로 피어 있던 꽃.

이름 모를 작은 꽃.
뱀딸기 꽃을 닮았지만
뱀딸기 꽃이 아닌 비스무리한 얼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물고기는 수백종이지만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야생화는 수천종이 된답니다.
그 많은 꽃이름을 다 알지 못하지만
그 많은 꽃이름을 알고 싶은 욕심...

다시 한가지 꽃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랑 매미꽃.
왜 매미꽃이란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지만
작고 귀여워서 붙여진 이름이겠지요.

오랜만에 들길을 거닐다
광릉 숲에서 발견한 노랑색 앉은뱅이 꽃.
그 이름이 노랑 매미꽃이랍니다.

다람쥐와 같이 살고
돌담과 같이 살아내고
비바람과 세월을 마주하며 살던 꽃.
노랑 매미꽃.

내가 꿈꾸는 뜰에
또 하나의 꽃을 심게 되었습니다.
.................................................................................................
어떻게 살아야지 잘 살았다는 소릴 듣기위해 살았던 건 아니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생채기를 냈던 시간이 길었다는 걸 알기까지
나와의 한판이 아닌 수백번의 겨루기도 그 못지 않게 길었다.

그래도 난 꿈이 있어 이 곳에 이렇게라도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들꽃을 내 뜰에 심는 꿈.

저번주에 광릉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햇살은 눈시리게 빛나고 햇살을 직선으로 받은 개망초꽃은 내 가슴을 더 짠하게 했지만
이제는 덤덤하고 무기력하다고 해야 옳은 표현일거다.

알로에 음료수를 하나 들고 광릉으로 난 길을 걸었다.
축축한 숲 냄새, 땅 냄새,그리고 오래된 역사의 냄새를 맡으며
두런두런거리고 실실 웃음도 흘리며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풀잎도 보고 땅도 보았다.

광릉 숲길에는 장난꾸러기 같은 다람쥐가 많았다.
어떤 다람쥐는 우리가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았고
어떤 다람쥐는 길 가운데에서 꼿꼿하게 서서 묘기를 부리기도 했다.
이런 숲길에서 동물을 만나면 참 반갑다.
해로운 청설모를 만나도 악수하고 싶고
귀여운 다람쥐를 만나면 한번만이라도 꼭 안아주고 싶은데,내 작을 소망을 다람쥐는 모르겠지...

길가엔 들꽃이 언젠나처럼 피어 날 봐주십시오 하는 것 같다.
그럼 난 피할 것도 외면할 이유도 없이 그들을 보아준다.
돌틈사이 노란 얼굴로 나를 보던 꽃.
낮게 앉아 있던 안스런 얼굴.

친구가 물어보네
무슨꽃이냐고 ..
꽃은 뱀딸기꽃을 닮았는데 아니네 모르겠다 했더니
들꽃 이름 다 아는 줄 알았더니 모른다고 면박을 주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수천종이나 되는 우리나라 꽃이름을 어떻게 다 알 수 있냐고...

집에 오자마자 오기다 하고선 컴을 후다닥 열고 찾았다.
노랑 매미꽃이라고 붙여진 이름.
정겹고 친근감이 드는 이름이라서 금방 외울 수가 있었다.
난 이렇게 얼렁뚱땅 살아간다.
사실 돈 버는 취미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성을 얻을 일도 아니다.

다만 내가 알기론 자연만은 배신을 하지 않더라 이거다.
인간은 나부터고 너부터고 좋은 때 뿐이지 뒤돌아서서는 뭉게버리고 말더라 이거다.
야비하고 이기적이고 매정한 가슴을 가진 동물이다 이거다.

난 자연주의자다.
그렇다고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면서 내가 너무 잘난척을 한 것 같아서 쑥스럽다.

다만 들꽃을 관심있게 보고 이름을 알아보고 느끼고 시와 글을 좀 쓸 뿐이다.
한복에다도 들꽃을 디자인해서 그리기도 한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들꽃이 피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이름을 가르쳐주고
이름의 유래를 얘기해 주고 그것이 다다.

몇년전엔 동네 아이들 불러 모아서 아파트 주변에 핀 들꽃이름을 가르쳐 줄려고 했지만
아이들도 모이지 않고 관심도 없어해서 우리 아이와 아이의 친구 한 명만 데리고
아파트 뜰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나 아이들이 안 모이길 다행이라여겼다.
경비 아저씨들이 잡초라고 모조리 뽑아서 들꽃이 보이질 않았다.
잔디위에 자라라서 그것들이 잡초지 실은 없어서는 안될 생명이고 삶인데 몰라도 너무 모른다.
난 잔디만 획일적으로 심어진 공원은 별루다.
들꽃이 풀들이 자연스럽게 자란 들판이 훨 정스럽고 귀엽고 보기가 편하다.

또 하나의 들꽃이름을 알아내고 외우므로서
상처투성이인 나의 과거를 현재를 치유하고 있는 약제가 된다.

들꽃을 사랑하고 편지 쓰길 좋아하는 들꽃편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