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자 씨 --
정자씨에게
나이를 물으면 웃습니다
잘 모르니까요
아들 나이를 물어도 웃습니다
기억나지 않으니까요
어느 날은 말쑥한 여인네 이다가
어느 땐 냄새나고 계절없는 옷으로
헤죽이며 다니기도 하지요
입혀주면 입혀준 대로 그만이고
보이면 보이는 대로 꿰 입고 나오나봅니다
장날이면 강냉이튀밥을 한자루 안고 오고
봄이면 뉘 집에 쑥 한 차두 캐다 주고 받은
사탕 한봉지이기도 합니다
어쩌다 생긴 돈이 있으면 빵에 우유도 사고
콩이나 땅콩을 볶아서 봉지에 담아 오기도 하고
과일 몇개 누가 주었다기도 하면서 맨 손 일때가 없어요
엉덩이가 다 보이게 벗어 내리고 주사 맞구요
뜨거운 찜질판에 누워서 늘어지게 자다 깨면
먹은 게 목이 메여 아프다면서
물 떠다 달라면서 응석도 부립니다
맛있는 시럽과 드롭타잎의 약 달라며 목을 우대고 켁켁거리죠
아짐들 이야기엔 꼬박꼬박 끼어들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참견을 신나해요
놀러온 게 아니냐고
안 아픈거 아니냐고 옆에서들 이죽이면
정말로 아프다고 끙끙 앓아요
누구에게선가 맞았다는 기억으로
금새 서러운 얼굴이 되고
일 하다가 넘어졌다며 의기양양하지만
언제적인지 왜인지
하소연은 매번 때때 달라요
약 발라 만져주면
별스런 소리지르며
젖가슴이 보이도록 걷어 올리고
꽁지에 불붙은 강아지처럼 뛰지요
남정네들이 보아도 부끄리지 않아요
시어머니 ?아오면
얼굴이 붉어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그리고는 눈을 꼭 감고 있지요
견딜만 할 때는 목에 쥐가 나도 고개를 외로 꼬고
가쁜 숨 씩씩대며 온몸을 달구면서도 버틴답니다
어느 때는 남의 말 듣는양
시어머닐 시선없이 바라보다가
손등으로 눈물 훔치며
붉어진 얼굴로 뛰어나가 어디론가 가 버리고
아니면 고삐 잡힌 소처럼 끌려가지요
'세상에 이놈에 팔자 좀 보쇼~
백만원에 저 거 데려와 아들 하나 낳아놓고
십년 세월을 내 애간장을 이로코롬 녹이요
지지리 복도 없제
저런거시 엥게가꼬
이 늙은것은 지 새끼 불쌍헝께 큰자석이 오라해도
밭 일 논 일 허니라고 이고생을 허는디
속은 숭굴숭굴 해가꼬
밭 좀 매자 해뜨만 수까락 딱 나뿔고
담박질 해뿌러라우
젊디나 젊은 것은 처 자빠라저서
늘어지게 잠만 자요
일허기 실응께 밥도 안 묵고 아프다고 허제
지가 밥을 헌다고 아프것소
빨래를 헌다고 아플것이요
어느년이 때려서 아프다고 허길래
?아가서 내자석을 왜 때렸냐고 헌께
먼말이냐고 날립띠다
때리도 안했는디 누가 때렸다고 했냐먼서
저거 죽애쁜다고 헙띠다
아~야!
나랑 가자!
고추밭에 같이가서 풀 좀 뽑잔말다~
비니루로 무끌때 끈 이라도 잡아줘야~~
아~이!
귀먹었냐~~!'
애 아버지는 벌써 몇해 전
가을 걷이 해두고
일 없을 때 대처에서 돈 벌어오겠다 나가더니
누군가에게 팔려가 뱃 일하다가
선상에서 맞아 죽었답니다
죽였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배 주인은 파산으로 잠적을 하고
시신이나 찾아가라 연락이 왔다네요
보상금은 하나 없고
면에서 보호대상자로 생활비가 나온데요
'나 혼자 어떠코 살라고
나쁜 넘들이 우리 서방 때려 죽였다고 헌가!
우리 서방 보고잡퍼 잠도 안온당께!
보고잡퍼 죽것당께
혼자서 어떠콤 사까잉~'' 함서 웁니다
'나쁜 넘들이 우리 아들을 감나무에다 데롱데롱 매다라노코
막가지로 때렸다고 안헌가~
죽일 넘들이 쬐깐헌 것을 그러코
맬겁시 아그를
맬겁시....'
나이도 못 헤아리는 에미 눈에는
이래저래 서러움만 눈물로 맺칩니다
정자 씨가
말 보다 침이 먼저 튀어 나오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라기보다 급한 마음 때문입니다
서러운 마음에 말은 더듬고
짧은 혀는 왜그리 굳어지는지
옆에서 보기가 딱하기만 한 것은
하려는 말이 언제나 똑 같고
세월이 지나도 그 서러움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 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