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창문으로 끈적한 바람이 들어 온다
어설프게 먹은 저녁이 아쉬운듯
딸아인 면을 비벼 먹고
설거지 까지
요란 하다.
동네 슈퍼에서 막무가내 흘러 나오는
흘러간 팝송은 소음의 수준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고
가로등 마저 꺼진 동네 길목은
숨겨진 그늘을 맘껏 드리운다.
할일은 물끄러미 손을 기다린지 오래건만
늘어진 정신과
한가롭지 않은 마음은
서로를 부추긴다.
푸른 잎사귀엔 검은 물이 들어
어둠에서 색을 잃어버린지도 모른채
마냥 자리만 지키고 있을뿐
눈부심도
새들도
일찍 찾아온 매미도
흔적도 없고
길따라 말따라 귀가를
서두르는 형체들만이 숨을 쉰다.
고요의 무게도
가려진 안정도
다만 벗지 못한 족쇄처럼
늘 그곳에서 옥죄어 오고
공기를 가르는
내 여유의 한가닥 마저도
동참을 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