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겨울에 담가놓은 김장김치를 여직 먹다가
어제는 농수산 시장에를 다녀왔다.
배추 열포기와 생선 몇마리를 사다 손질해 놓고...
오늘 아침 밥상에 삼치구이를 올려놓았다.
가운데 토막도 치치않고
통째로 구어놓으니 기름이 좔좔흐르는게 보기에도 참 먹음직해 보인다.
유난히 우리 가족은 생선음식을 좋아한다.
굽고 지지고 튀기고...
부지런히 젖가락들이 그 생선의 몸뚱이 위로 움직인다.
발라지고 젖혀지던 그 생선의 몸뚱이에
가시가 발라져 나오기에 가시에 붙은 살점들을 떼어 먹으려
내 젖가락이 가시위로 가니 딸아이가 말을 한다.
" 엄마, 살 먹지 왜 까시를 먹어? "
" 우~웅 그냥...아까워서 "
말을 해 놓고 보니 조금은 오래된 아이의 어린시절이 떠올라
아이를 보며 미소지어본다.
아이가 한 서너살무렵인가?
역시나 그때도 생선 요리를 많이 해 먹었는데
가시는 남편이 아이에게 발라주었다.
제 자식입에 들어가는 밥과
논두렁에 물들어가는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로 보기좋다고
누가 말을 했던가?
오물거리며 수저에 받아먹는 모습이 참으로 예뻐보였다.
성질머리 드러운 나는 급한성격탓에 곰살맞이 아이에게 생선가시를 잘 발라주지 못하니
잔 가시까지 꼼꼼히 발라주는것은 자연 남편의 몫이었다.
언제나 그렇게 아이와 아이의 아빠는 한편이 되어서
주고 받고 생선들을 먹었었다.
살점들을 발라먹고 난 큰 가시들 옆에는 제법 많은양의 살점들이 붙어있어
아까운 마음에 난 항상 그 가시옆의 살점들을 발라먹곤 했었다.
어느날인가?
딸아이가 제 또래의 친구들과 놀면서 하는말을 들어보니
너무도 놀라운 말들이었다.
" 니네 엄마는 뭘 젤로 잘먹어? "
아이의 질문에 친구들은 여러가지 대답을 한다.
빵도 있고 고기도 있고 수박도 있고...
그런데 우리딸아이 입에서 나온 말은...
" 우리 엄마는 생선까시를 젤로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엄마는 살은 안먹어
살이 맛있는데 그치? "
그때, 난 솔직히 말해 망치로 머리통을 한대 얻어맞은거 같았다.
세상에나~
맛잇는 부위는 남편과 아이에게 주고.
가족이 외면하는 가시에 붙은 살점들을 단지 아깝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발라먹었던 내 모습이...
철 없는 아이에게는 그리 보였나 보다.
생선가시가 세상에서 제일로 맛잇는것으로.
난 아이를 잘못키운거 같았다.
엄마도 입이있고 맛잇는거 먹을줄 안다는걸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아이의 교육에도 문제가 될것같아 내 행동을 다시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날저녁
난 갈치를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놓고는
식구들을 불렀다.
" 여보, 아가 밥먹자~ "
깡총거리며 뛰어온 딸아이는 박수까지 쳐대며 좋아한다.
" 우와~ 고기다 "
둘러앉아 수저를 드는데 예외없이 남편은 생선을 발라 아이의 수저위에 올려준다.
급히 내 젖가락도 생선위에서 머물고는
제일로 맛잇고 통통한 부위들을 덥석 덜어와서는 입으로 가져가니
동그랗게 뜬 눈으로 아이는 나를 바라본다.
" 왜에? 아가 어여먹어 많이 먹고 많이 커야지? "
아뭇소리 않고 멀뚱히 아이는 제 아빠의 얼굴을 보고...
내 젖가락에 들려있는 갈치의 살점들을 바라본다.
" 엄마 "
" 왜? "
" 엄마는 까시만 먹잔아. 근데 왜 고기먹어? "
당연히 제 에미는 살점들은 못먹고 가시만 빨아먹는줄 아나보다.
어처구니 없었지만.. 내가 잘못키운탓인데 어쩌겠는가?
" 엄마도 고기먹을줄 알고 고기가 더 맛잇어.
그러니 이제부터는 이화만 다 먹으려고 하지말고
엄마것도 남겨놓아. 모두가 사이좋게 나누어 먹어야지 "
그리고는 그날의 가시는 손도 대지않고 그냥 버렸다.
한편으로야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엄마는 제 먹던 찌꺼기만 먹는 사람으로 알것만 같았고
함부로 대할것만 같아 그날부터는 아이가 먹던것은 전혀 입에대지를 않았다.
모두 쓰래기로 버려놓으니 한동안은 이해를 못하던 아이가
어느날 부터는 제 에미의 몫도 당연히 좋은것으로 챙겨놓는다.
만약...
그날의 그 갈치사건이 없이 그대로 지금껏 지내왔으면...
평생을 아이는 제 에미를 대접도 안해주고
저 먹던 찌꺼기나 먹는 사람으로 함부로 대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조금 컷다고 생선살을 먹게하며 가시는 제가 대신 발라먹으려 하는걸 보면
기특도 하고... 어릴적 일이 생각나 미소도 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