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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똥꼬를 원없이 보고 살았네. 쩝~ (2편)


BY 칵테일 2000-08-21

그렇게 부랴부랴 병원에 달려가 병실을 열어젖히고 남편을 보아허니.....

전화할 땐 다 죽어가는 목소리더니 내가 왈칵 문을 열어젖히자 tv보고 낄낄대고 있다가 헉~하고 놀라는 눈치.
(급한 마음에 노크도 없이 그냥 열어젖혔거덩)

나 : 아파서 다 죽어간다며?? 으이구.... 이 웬수야~ (머리를 감싸안고 콩 쥐어박았다) 놀랐잖아.....이젠 좀 괜찮아?

남편 : 당신이 온다구 그래서 조금 나. 근데 움직이지는 말래.

갑자기 남편의 머리를 싸쥐고 흔든 나에게 맥없이 몸을 맡기며 남편이 배시시 웃는다. 어이없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워 나도 따라 웃는다.

그러다 후다닥 달려온 내 몰골을 봤는지, 남편 하는 말.

남편 : 어, 당신 모습이 왜 이래? 어디서 줘맞다가 왔어??

나 : 으이구..... 서방이 수술해 병실에 꼼짝없이 누워있다는 데 그럼 어떻게 해. 머리 말리지도 못하고 그냥 풀어헤치고 와서 그렇지 뭐. 이상해???

남편이 감동받았는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마치 개쓰다듬듯이 쓰다듬는데 그래도 웬지 싫지 않았다.

그리고는 금요일까지 꼬박 삼일을 그 병실에 남편과 단 둘이 있었다. 흐흐..... 이번 여름 휴가 못간다고 실컷 타령을 했더니, 결국 서방이 병실에 입원해서 2박 3일 휴가(?)보냈다.

직장내 출혈이 있는 경우는 남자들의 경우 흔한 경우라고 했다. 하지만 남편의 경우는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그 찢어진 정도가 컸고, 감염의 우려도 있다고 했다.

원인은 남편의 몸 구조적으로 치열이 되기 쉬운 체질인데다, 금새 치료를 받지 못한 탓이라고도 했다.

어쨋든 남편은 아침 저녁으로 식이섬유(화이바)를 포도주스에 타서 먹어야 했고, 몇차례씩 온수좌욕에 주사, 약..... 그랬다.

아무리 레이저로 수술을 했어도 약간은 꿰맸는지, 항문에 댄 거즈에는 갈아댈적마다 피가 조금씩 묻어나왔다.

좌욕을 마친 남편을 엎드리게 한 후, 똥꼬쪽에 새 거즈를 대고, 연고도 발라주고 그랬다.

매일 같이 한이불 덮고 자면서도 남편의 똥꼬를 언제 그렇게 자세히, 자주(?) 볼 새가 있었던가. 흐흐....

정말 원없이 보고 또 봤다. 마누라에게 턱~ 맡겨놓고 랄랄라 하고 있는 남편이 새삼 개구장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 1인용 실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과 같이 쓰는 병실이었으면 참으로 민망했을 상황이 많았다.

수술을 항문안쪽으로 했기 때문에, 수시로 팬티를 벗어야 했고, 또 수시로 좌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나 간호원, 심지어 식사를 나눠주러 오시는 아주머니까지 노크를 꽤 세심(?)하게 오래하기도.

요즘 새로 지은 병원들은 깔끔하기도 하려니와, 편의시설을 이용함에 있어서도 수준급이었다.

병원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몇 대의 컴퓨터가 비치되어 있기도 했고, 비디오도 대여할 수 있었다.

모처럼 남편과 오붓하게 단둘이 비디오도 보고, 가끔씩 남편 똥꼬도 들여다보면서(히힛) 잘 지냈다.

병원에선 남편에게 꽤 겁을 줬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언뜻 나타나는 증상은 직장암이나 대장암과도 유사했기 때문에.

그래서 혹시나 암이면 어쩌나 싶어 마누라 걱정할까봐 혼자 며칠을 끙끙댔을 남편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했다.

우리가 병원에 있는 동안 남북이산가족이 상봉하여 트는 채널마다 눈물바람을 하는데, 남편에게 또 한번 감동한 나는 다른 의미에서 마음이 찡했다.

살다보면 어느 한쪽 병이 날 수도 있건만, 내 짝이 걱정할까 혼자 전전긍긍하는 것 또한 인지상정.

사랑이란 이름으로 갖는 인간의 감정이란 어쩌면 그리도 이타적인지.

나역시도 큰병이다 싶으면 남편에게 쉽게 입을 뗄 수 없었겠지.
그래도 가벼운 거여서 간단한 수술로 깨끗이 마무리되어 마음의 큰 짐을 던 남편은 퇴원후 집에와서는 여전히 장난꾸러기다.

나도 악처기는 마찬가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태조왕건 보다가 느닷없이 남편에게 그랬다.

"여보.... 나, 팥빙수 먹고시포...."

"이 밤에???"

"응!"

똥꼬 째서 아직도 팬티에 하얀 거즈를 패드삼아 하고 있는 내 남편, 내 이 성화에 차몰고 나가 팥빙수사다 바쳤다.
환자라고 얄축없는 나도 철없지만, 먹고 싶다고 쪼로르 나가 사오는 내 서방은 또 뭔지. 깔깔깔.

그가 사러나간 동안에서야 난 그가 수술환자라는 걸 알았으니깐. 아뿔싸!
그래도 그가 사온 팥빙수 한 그릇 맛있게 비워내고, 끄윽~ 트림까지 했으니까.
여보 사랑해. 쪼옥~ 빨리 똥꼬 낫기를.....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