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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나보고 뒤통수 쳤다는데.....


BY 산아 2002-06-01



"이게 뭐예요"
"응 칙칙폭폭"
"아빠~~아~아  그게 아니지"
"아! 두두두~~두우~~`구나"(둘째꼬맹이가 오토바이를 보고 부르는 소리)
"아빠 아빠 이건 뭐예요"
"엉 그건 삐뽀 삐뽀구나"
"아빠! 이게 뭐예요"

10분가량 계속된 두돌도 안된 둘째애와 남편과의 아침대화이다.
아침이면 둘째는 눈뜨자 마자 새벽단잠을 자고 있는 
아빠에게 그림책을 가지고 가서 읽어주라 하든가 
아니면 애가 좋아하는 여러종류의 자동차 
그림책을 가지고 가서 "이게 뭐예요"하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해댄다.

새벽잠에서 덜깬 남편은 처음에 한번 눈을 떠보고는 
"아 이건 무슨책이구나 "하고 짐작하고 애가 물으면 
눈을 감은 상태에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혼자 중얼거린다.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둘째아들은 묻는 질문에 
자기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는 끊임없이
반복된 질문"이게 뭐예요"를 해대니
결국 남편은 눈을 뜰 수밖에 없다.

남편은 일어나면서 혼자 투덜투덜은 하지만 
아이에게 아직까지 한번도 목소리를 높히는 법이 없다.
"뭐 이렇게 수준낮은 책이 다 있어"
궁시렁거리며 밤새워 오줌싼 둘째의 기저귀를 빼준다.

엄마가 해주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무조건 아빠가, 아빠가~~하며 아빠팬인 
둘째에게 남편은 "민이는 왜이리 아빠를 좋아하지"
하면서 좋아죽겠다는 표정이다.
그걸 보면서 난 "역시 남편 뒤통수 하나는 잘쳤어"
하고 속으로 웃는다.

.....................................................
<남편이 뒤통수 쳤다고 우기는 일>

남편은 어린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자기아빠를 잘 따르지 않은 다른집 아이들도 남편과 10분이상만
같이있으면 남편목에 스스럼없이 목마를 탈 정도이다.
애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며 
애들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 아는 남자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결혼을 하고는 애를 낳지 말고
둘이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재미있게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렸을적에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집이 가난하여 남편은 10대부터 
모든학교 생활이며 경제적인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여기 때문에
자립심은 강하지만 나름대로 결핍된 부분이 있었다
아니 사실 남편은 애를 낳아 키우는 두려움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연애할때부터 어디가면 애들을 무척 좋아하며
잘 놀아주다가도 결혼하면 무조건 
자기는 애는 낳지 않았으면 좋겠다였다.

그러나 난 결혼하여 아이는 있어야 된다고 주장하여 
남편과 상의없이 첫애를 가져 낳았다.
모든 직장부부들의 고통인 육아부분이 우리도 많이 힘들었지만 
첫애는 친정부모님께서 도와주어 무난하게 키웠고
둘째 낳을 계획는 나도 엄두 내지 못했고 
또한 남편도 나보고 둘째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심하게 한 남편이지만 큰애 태어난지 5개월때부터 
등산전문점에 가서 등산용아기베낭을 사가지고 와서는 
일요일이면 애를 데리고 등산을 다니고.....
큰애가 조금만 궁금한 것 있으면 실제로 가서 뭐든지 다 보여주고
설명하고 .......하여튼 큰애에게 
남편은 지극정성으로 사랑을 주었다.

큰애가 걸어다닐 즈음엔 중요한 출장이 아니면
애를 데리고 기차를 타고 다니지 않았나 ..
하여튼 남편은 자기가 아버지에게 받지 않는 사랑을
자기자식에게는 다 주고 싶었는지 지극정성이었다.
 
그후 큰애가 7살되던해 난 딸이 하나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고
시어머님께서는 당신이 키워주신다며 하나만 더 낳으라고 
사정 반 협박반 하여 남편과 상의없이 또 임신했다.

남편과 전혀 의논없이 임신까지 한 나에게는 
사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남편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낙태수술은 결사반대인 사람이다.
어떻게 생명을 함부로 할수 있냐고 하면서 .....
그리고 자기가 알아보니까 
낙태수술하면 여자몸이 많이 망가져서 절대로 안된다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임신하여 둘째가 딸이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의사선생님 말씀처럼
인생사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고 둘째도 아들이었다

물론 둘째에게도 남편이 쏟은 애정이 각별하여
난 역시 둘째낳기도 잘했다. 큰애도 형제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
하면서 속으로 흐뭇해 하고 있을 즈음 둘째 백일지난  
어느날 남편이 수술을 하고 왔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이제는 내가 자기 뒤통수치는 일은 없을 거라나...

무슨말이냐고 하였더니
결혼하여 내가 남편에게 두 번 뒤통수를 쳤는데
아이를 별로 원하지 않는 자기에게
큰애가 첫 번째 가볍게 친 뒤통수였고 
둘째가 두 번째로 세게 때리는 뒤통수였다나... 뭐래나...

이제 내가 세 번째 뒤통수치면 자기는 케이오 당하니까 
미리 방어전으로 수술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난 남편 뒤통수쳤던 일은 
절대로 후회안한다.

하루도 애들 보지 않으면 궁금해서 전화통이 불나고 특히
딸이 없는 우리집에서 둘째아들은 애교 만점이어서
집앞에 담배만 사러가도 꼭 데리고 가고 왠만한 모임에도 애를 
꼭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뭐 내가 뒤통수 쳤다고"

전 천만에 말씀이라고 코방귀 뀌며 남편에게 우긴다

"난 당신을 뒤통수 친게 아니고 당신양손에 
내가 줄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안겨준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