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하고 한마디 비명도 지를새 없이 차에 받힌 몸은
그대로 튕겨져 땅으로 나뒹굴어지고
그뒤론 아주 잠시지만 기억을 잃었다.
놀래서였던지 거의 표정조차도 없는
남편의 얼굴을 겨우 찾았을 때 난 이미 차에 실려
병원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 다리를 감고 있는 깁스는 어떤 행동도 허락치 않는 듯
딱딱하게 나를 얽어매고 있었고 이제서야 기운을 차려
그나마 컴퓨터 앞에라도 앉아본다
입원을 하고 있자니 애들을 봐서라도 그럴 형편은
도저히 아니다 싶어
집에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목발 짚고
겨우 겨우 화장실 드나드는 일뿐이니 두다리가 건재했을때의
행복을 난 또 이렇게 절실히
느끼고 있는 셈이다
이나마 다행이라는 지인들의 위로가 참 위로가 되는 요즘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그대로 목숨을 잃을수도 있었을 것을
좀전엔 십년지기 친구인 은숙씨랑 정숙씨가 다녀갔다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니 아주 기분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피아노 교습소를 다녀온 훈이는 엄마랑 이모들의 수다를 피해
방으로 들어가 만화를 본다고 잠잠하다
그저 요즘같으면 세월이 약인지라 얼른 하루하루가 가서
다리가 나아 두발로 걸어다닐 그날만 손꼽아 기다릴뿐이다
계란 사러오라는 계란 장수의 목청이 유난히도 크게
들려오는 저녁이다.
다른때 같았으면 분주했을 내 저녁이 조용한 탓이리라
저녁엔 또 애들 아빠가 와서 차려주는 밥 먹고 tv드라마나
보면서 밤을 지내고 자다가는 다리 통증으로 아야 아야 소리
몇번지르다 내일을 맞겠지
오늘은 퇴근하는 남편 얼굴을 좀 밝게 맞아야겠다
그이도 놀랬던지 아침엔 코피를 다 쏟았다
그래 이번일이 우리 사는 동안 아주 중요한 가르침을
받은 계기가 되었다고
믿으면 될터이다
며칠전 이유도 없이 그리도 우울하고 짜증스럽다고 투덜대던
나의 투정을 다시금 조용히 되 짚어보면서 다시한번
어제를 돌아보아야겠다
그러기에 참 좋은 시간이라 감사하면서...
99년 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