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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1

goodbye


BY 아침커피 2002-05-31

goodbye

고개숙인 햇살처럼
조금은 숙연한 마음으로 
오월의 마지막 오후를 맞으며 
잠시 푸른하늘 바라보며, 큰 숨 한번 크게 몰아쉬어 본다.

마지막이라 그럴까?
오묘한 감정이 오가는 마음으로
텅 빈 사무실에 앉아있으려니
왠지모를 서글픔이 살며시 피어난다.

오늘 이 하루를 위하여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건만
시원한 마음이 앞서기보다 
서운한 마음이 맴도는 걸 보니
이별이란 
헤어짐의 약속이기에 더욱 슬픈 여운이 남는가보다.

가야 할 길이 있고,
이미 또 다른 만남이 준비 되어 있어도 
이렇게 허전함이 남는데
하물며, 뜻밖에 찾아오는 예고없는 이별은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까

언젠가 한번은 가야할 인생이라지만
살다보면 예고없는 이별에
아파하고, 회한의 눈물 흘리며
아픈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가끔 우리는 만남에 익숙해지기 보다
이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 듯하다.
어쩌면 산다는 것이
모든 사물,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반복되는 하루 하루가
모든 것 버리고 하늘 길로 떠나는 
마지막, 그 하루를 위하여
오랜세월 연습하는 이별연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그동안 내가 자주 사용하고, 쓰다 남은 물건들을
주의깊게 하나, 둘 찬찬히 둘러보니
입사해서 젤 먼저 구입한 컴퓨터가 눈에 들어오고, 
책상, 책꽂이, 복사기, 팩스, 연필꽂이, 계산기, 전화기, 커피잔, 
책꽂이에 꽂힌 장부들....
그동안 내 손길이 고스란히 묻은 이들에게 
고마웠다고 침묵의 인사를 건네고,

가끔씩 답답할 때 사무실 뒷켠에 나가보면 
조그만 채마밭이 있는데
얼마전에 뿌려놓은 상추들이
먹음직스럽게 아주 무성하게 잘 자라있고,
옆 집 담장아래 앵두나무가지에 달려있는
빨갛게 익은 앵두는 마치 오늘도 아무일 없듯 
햇살의 애무를 정성스레 받고 있다.

아! 마지막 한 녀석이 남았네
하마터면 빠뜨릴뻔 했구나, 
빈 닭장에 홀로 남은 암닭 한마리
간밤에 개가 물어갔는지, 아니면 누가 잡아갔는지
출근해 보니 5마리 닭이 없어진 후로 
줄곧 혼자 지내는 이 녀석에게 마지막으로
한바가지 모이를 듬뿍 부어준다.

오늘 저녁에 송별식이라며
이별주 한잔 나누며 저녁먹자 그러시던데
생각만해도 지금부터 부끄럽고 쑥스럽다.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니 더러 실수도 많이 했는데
정말 그 사람들 가슴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고
보여졌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 주위를 보면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왠지 한번 더 눈길이 가고
언제봐도 좋은 향기로운 사람이 있다.

꼭 이렇게 완벽하고 좋은 모습은 아닐지라도
"그나마 참 괜찮은 사람이었어" 하는
이런 사람으로 남겨만 져도
적어도 저 푸른 하늘을 한점 부끄럼없이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겠지 하는 소박한 바램을 가져보며
이곳에 있는 모든 친구에게 작별을 고한다.

서녘하늘로 넘어가는 해를 마중하며
풀내음 풍기는 
한무더기 풀꽃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언제나 행복은 먼데서 오는 게 아니라
항상 가까운 곳에서 오고,
희망은 꿈꾸는 자에게 있는 게 아니라
하루를 잘 섬겨 사는 자에게 있노라며
실바람에 날리며 내게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