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시간만 나면 어디론가 떠난다.
별 준비물도 없이, 계획도 없이 그냥 발가는대로 맘 내키는 대로 떠난다.
온 가족이 의기투합되는 날이면,
신랑은 차 청소하고, 점검하고....난 냉장고 몽땅 뒤집어 엎어 내용물 그대로 음식박스에 담고, 세면도구랑 옷가지챙기고...
아이들은 각자 자기 소지품 챙기고, 간식챙기고...
그럼, 밤이고 새벽이고 떠나는 거다.
그렇게 무책임하게 무작정 떠났지만, 가면서 지도도 보고 ,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이야기도 생각해 내면 제법 좋은곳도 많이 다니게 된다.
난 먼동이 트기전 어스름한 새벽녘의 고속도로 달리는걸 참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빈 도로에서 하얗게 밝아오는 세상을 마주 대할때 ,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다녀온 곳중 기억에 남는곳이 여러군데 있다.
그중, 서애 류성룡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위해 만든 안동의 병산서원이 가장 인상깊다.
정면 7칸, 측면 2칸으로된 누각 "만대루"에서 내다본 서원주변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폭의 수채화다. 어찌나 아름답고 아기자기한지 떠나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그리고, 양산 내원사 계곡의 낙엽, 통도사 부근의 암자들.... 수원성의 방화수류정.
지리산의 피아골계곡, 노고단에서 바라본 타는듯한 붉은 노을...
부산의 다대포 바닷가의 수천마리 게들의 군무...
세월의 때를 그대로 간직한채 전혀 단청을 새로 입히지않은 그래서 너무나 가슴 뭉쿨한 범어사......
하얀눈이 펑펑내린 어느겨울 빙벽을 오르내리던 산악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춘천의 구곡폭포...
단양의 도담삼봉, 밀양의 영남루에서 바라본 풍경들....
보길도 통리 해수욕장의 드넓은 하얀 백사장에서 바라보던 겨울바다 와 고산 윤선도의 동천석실......
한계령의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본 운무 사이로 언듯 고개를 내밀던 웅장한 설악산의 능선들...
그외 그냥 스쳐지나간 무수한 산야들... 사람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은 더이상 짚시 가족이길 거부한다. 학과 공부에 얽매여 마음의 여유를 찾질못한다.
이젠 신랑과 나 ....
둘이서 잠깐의 드라이브로 막을 내린다.
우리 아이들.... 이다음 어른이 되어서 한때 짚시 가족이였던걸 희미하게 기억해내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난 행복하다.
또, 언제 우리가족은 맘놓고 짚시 가족이 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