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부터 회사에서 나는 왠지 사장님이 된 기분이다. 이런 자유를 누리려고 며칠동안 목이 아프고 몸이 아팠던 건 사실이다. 인수인계 하느라... 이제는 거의 하는 일 없이, 하는 일 봐주고 감독만 하는 정도이니, 뒷정리 예외 내 몫은 거의 없다. 3일이면 이 회사와 이별이다 어떤 이별이든 이별이란 그 자체만으로 고통이 따르는 것인가보다. 언 2년동안 똑같은 길을 달리고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인사를 나누며 똑같은 사람을 만나며 이 회사에서 몸 담으며 일 했지만, 한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우리들의 친숙한 벗 자연이었다. 계절의 섭리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옷을 갈아입고, 한시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제 몫을 다하고 감내하는 참 모습은 늘 본보기로 내 텅 빈 가슴을 비추어 주는 좋은 친구였다. 여기 있는 회사는 내가 사는 도시와 많이 떨어진 외딴 시골이다. 그래서 출근할 때마다 꼭 시골집에 가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요즘은 농번기라서 그런지 들녘에는 엄마, 아버지 같은 어르신들이 눈에 두드러지게 띄고 간간히 경운기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우고 모내기 준비에 한창인지 모판에서 모를 떼내는 모습들이 바라보기만 하여도 보는 이로 하여금 훈훈한 정겨움이 묻어난다. 이제 3일이면 이런 모습들도 모두 지난 추억으로 자리메김 하겠지 다른 것은 아쉬움이 없는듯 싶은데 변화무상한 자연의 모습을 매번 볼 수 없다는 게 꽤 많이 아쉬울 것 같다. 창만 열면 시원한 바람 가슴에 안기우고 어디선가 들리는 산새소리 귓가를 간지럽히고 발밑에 자잘대는 이름모를 꽃들의 속삭임 세상이 달라질수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쩌면 우리는 자연을 더 가까이 그리고 흙기운을 밟으며, 진실한 흙냄새를 맡으며 살아갈 필요가 있은 듯 하다. 3일 후면 분명, 식상된 내 생활에 변화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 낯선 회사에서, 낯선 얼굴들과, 낯선 분위기 속에 나를 표출하며 조금은 어둔하게 나의 길을 걸어가겠지. 별로 능력있는 여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도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내 이름을 불러 줄 곳이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이 세상은 참 박진감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살아 숨쉬고 살아가는 동안 어떤 일이든 주어지는 몫이 있다면 혼신을 다하는 정열적인 모습은 아니어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당하게 그리고 멋지게 비춰지는 모습으로 언제 어디서나 삶에 뜨거운 사랑을 입맞춤 하는 아름다운 여자로 태어나고 싶은 바램을 황금 물결 출렁이는 보리밭을 바라보며 살며시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