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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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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쑴풍기-1


BY raindrop 2002-05-29


이가 아팠다.

배 속에 아이 땜에 진통제도 먹을 수 없어

쌩으로 볼을 감싸지며 밤을 지새고 있었다.

그런데 치통을 잊게 만드는 야릇한 산기가 느껴졌다.

그 산기로 밤을 홀딱 지새우고 난 다음날은 때늦은

눈이 추적 추적 내리던 2월 중순이었다


잘 먹어야 쑴풍쑴풍 잘 낳는다며 시어머님이 서둘러

지어주시는 밥을 미역국에 말아 아픈 배를 부여잡으며

억지로 우겨넣고 병원에 갔다.

링게르를 꽂고 누워있으려니 진통이 더욱 심해져왔다.

간호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님이 들어오셔셔

배와 허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우아하게 '아' 소리도 내지않고 낳으리라던 나의 결심은

간 데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앙다문 입술 새로 신음소리가

비어져나왔다.


그런데,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뭔가 조짐이 이상했다.

사촌동서가 말하길, 침대에 누워 형광등이 안보여야

그때가 바로 애가 나올 때라는 데..형광등은 빠안히

보이는데 자꾸 아랫배에 느낌이........

...축구공이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헉!


난 아들이나 딸이나 모 그런 걸 낳아야 하는데 이러다 정말

축구공을 하나 생산하는거 아냐?..그렇게 얼토당토않은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86년 그즈음에 tv에서 제목은 기억안나지만, 파충류가 세상을

지배하는 그런 내용의 외화미니시리즈를 본 탓도 있었으리라.


또 나의 몰골도 참으로 볼쌍사나왔다.

나는 진통이 더해가는 그 순간에 조물주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을 느끼고 있었다.

자고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이렇게 동물적으로 2세를

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동물 그 자체, 동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한텐 미안한 말이지만,

신이 아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아니면 요즘 젊은 아이들이

하는 식으로...아이야 우리 좀 이따보자...따위는 꿈에도 생각

않았던 무지한 엄마였다.

그 순간에 나는, 적어도 인간이라면 분만이 동물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기껏해야 생물의 한 種 밖에 달리 아무 것도 아님에

깊이 절망하고 있었다.

자연과학자(?)인 최재천이 그랬던가, 인간이란 種이 생명체

중에서도 암컷에게 아주 불리한 번식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아무튼 분만대에 오르는 그 순간까지도, 정신이 혼미해 질

만큼의 産痛중에도 치열하게 고민을 하며 애기를 낳았던 것 같다


-----공줍니다----

----(공주는 ...뭔...)----

에고...겨우 2.8kg의 눈이 유난히 검고 말똥말똥하며

피부빛이 까무잡잡한 딸아이였다.

..그런데 축구공이 아닐까하고 의심한 이유가 있었나부다

....아이의 머리통이 심각한 짱구였던 것이다....ㅎ


그렇게 나는 철없는, 이제 겨우 25의 초보엄마가 되었다.






사족) 남자가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랑 여자가 애 낳는

얘기가 젤러 징허다는데...

징허게 해서 죄송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