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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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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봐도 싫지 않은 당신


BY 칵테일 2000-11-07


언제 봐도 싫지 않은 당신



고개를 뒤로 젖히고 안약을 넣고 있는데, 그런 나를 남편이 빤히 바라보고 있다.

나 : 왜? 뭐?

남편 : ......

그래도 계속 날 쳐다보고 있길래, 넣던 안약을 마저 넣고나서 나도 남편을 같이 쳐다보다, 그냥 배시시 먼저 웃었다.

나 : ...... 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남편 : 당신은.. 참... 언제봐도 싫지않은 사람이야.

나 : ????

그리고나서는 텔레비젼 화면만 쳐다본다. 두산과 현대의 야구경기가 한참 신나게 벌어지고 있었다.

마누라 얼굴이 싫어지면 그럼 어쩌라구?

어찌들으면 참 싱거운 말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들어보면 내가 아직도 그렇게 좋은가싶어 감동적(?)인 말인 것 같기도 하고.....

한참을 헷갈리고 있는데, 더 이상 남편은 그 말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길래 나도 푸르르 잊었다.

그러고서는 야구말고 다른 거 보자고 내가 아무리 꼬셔도 절대 넘어가지도 않는다.

"나 이쁘다며????" 이러고 꼬셔도 안넘어가길래 그렇다고 딱히 볼 프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포기.

오랫만에 메니큐어나 발라보자싶어 의자에 앉아 침대에 다리를 쭉 뻗고 바를 준비를 했다.

무슨 색을 발라볼까.
빨간색? 쵸코렛색? 무색? ..... 결국 집어든 것은 신부들이나 바를 것 같은 꽃분홍 메니큐어.

혼자 쿡쿡 웃음을 참아가며 그래도 정성껏 메니큐어를 발랐다.

남편은 정신없이 야구를 보고 있다가, 어느 결에 그런 나를 발견했는지, 새삼스럽게 메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나를 보며 한 수 거든다.

색깔이 멋지다는 말을 몇번씩 하면서 은근히 추켜주기까지.....

정말 오래살고 볼 일이네. 남편에게 그런 칭찬을 다 들어보고.....

한껏 우아(?)를 떨며 메니큐어를 발라서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산뜻하고 깨끗하게 발라지기도 했다.

******

지난 주말을 너무 신나게 놀았던 탓에, 지금 우리 집 식구들은 몸이 죄다 성치를 못하다.

아들 녀석은 점심도 먹기 전에 조퇴를 맞고 오고(다리가 너무 아파서), 남편은 한쪽 팔을 제대로 들어올리지도 못할 정도.

나 또한 오전에는 천근만근 무거운 몸이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몸이 풀려 그나마 나아졌고.

남편에게 들은 말 <언제봐도 싫지 않은 당신> 소리에 감격한 나는 결국 남편의 발도 손수 씻어줬다.

한쪽 팔이 아직 아파서 그렇기도 했지만, 왜그런지 모르게 그 말이 좋았다.

사랑한다는 말보다도, 예쁘다는 말보다도 훨씬 더 내 가슴에 진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특별히 나에게 잘보이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넋놓고 있다가 남편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게다가 내가 바른 메니큐어조차 색깔이 예쁘다는 말을 해주니, 마치 선생님께 칭찬받은 어린아이마냥 기쁘기까지.

아마도 내가 생전 꾸미고 살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늘 화장하거나 치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그런 모습에 단련(?)이 되어 덜 그랬을지도 모르는데.....

라식수술을 받고 안경을 벗고 난 후엔 왜그렇게 요것조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아지던지.

사실 아닌게 아니라 심봉사 눈뜬 거만큼이나 나에게는 충격적인 일이 아닌가.

안경을 벗고는 뭘 제대로 할 수가 없었던 사람이, 새삼 안경없이 세상을 볼 수 있다 싶으니 못해본 것에 대한 미련이 많아서이리라.

언제봐도 싫지 않은 당신.... 언제봐도 싫지 않은 당신.... 과연 언제까지 그런 마음일까?


칵테일